조금 깊은 생각

아이들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RayShines 2025. 1.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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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SNS가 있던 세대이기 때문에 그것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몇 살부터 SNS를 사용하는 게 좋은 것일까요.

 

대략적으로 미국에서는 14세 경부터 SNS를 사용합니다. 조너선 하이트에 따르면 이것은 1998년에 제정된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 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COPPA)에 의거한 것인데, 이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은 계정을 개설할 때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연령이 13세로 정해졌는데 제정된 시기인 1998년에는 SNS도 없던 시기이고, 지금처럼 초고속 통신망이 온 세상에 깔려있던 시기도 아니니 13세라는 연령은 아마 임의로 정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나이를 그냥 단순히 묻는 것이지 그것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13세 미만의 미국인 아동 중 40%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SNS를 가입할 때 나이를 묻긴 하지만 그냥 자기가 성인이라고 주장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현대 사회의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 상의 문제, 정신적 문제를 모두 SNS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습니다.

SNS에도 분명히 순기능은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삶을 윤택하고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IT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각 개인의 SNS 사용 방식”에 있다고 전제를 하면 사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도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누군가가 “야 그까짓 SNS 그냥 조절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을 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마치 술이나 마약 같은 물질과 거의 비슷합니다. “거기 왜 중독이 돼? 조절하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공급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겠느냐 하는 의문과 회의가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문제는 각 개인이 가진 요인과 시스템이 가진 취약성이 결합하며 증폭됩니다.

대부분의 문제가 그러할진대 어느 한 가지에만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요. 비만은 사회적, 공중보건학적 문제가 됐지만 그것을 100%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판매되는 식품의 대부분이 초가공된 고칼로리 제품들이고, 다른 선택 사항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개인의 책임일까요. 신체활동을 할 공간, 친구들과 하릴없이 어울릴 개방된 공간은 모두 사라지고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대규모 쇼핑몰만 가득한 도시, 게다가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해도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 작금의 상황에 외로움을 느끼고, 놀고 싶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것이 과연 그 아이들의 “조절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요.

 

 

 

지금의 아이들은 SNS, 인터넷 미디어, 스마트폰에 무제한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루 종일 학원을 다녀야 하고 연락은 닿아야 하니 전화기가 필요하고, 당연히 스마트폰을 쓰게 될 수밖에 없지요. 아이들에게 “니가 잘 조절해야지”라고 말하는 우리 어른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한 스크롤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본인들도 조절하지 못하는 디지털 기기를 아직 성숙해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절하라고 종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아이들의 SNS 접근을 법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못한다면 내가 못한다고 해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다들 하고 있는데 나만 못하고 있는 것은 낙오감을 느끼게 만들지요. 다시 말해 아무리 부모가 철학을 갖고 우리 아이는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해도, 정작 아이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개인이나 각 가정 차원에서 접근할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제도적 측면에서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법이니 따라야 한다, 니 친구들도 다 따를 거야”라고 설득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골목, 놀이터, 친구, 자유 시간 등을 많이 빼앗겼습니다. 아이들에게서 차분히 생각할 힘까지 빼앗아서는 안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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