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낙관 비관 긍정 부정 | Optimism Pessimism | Positive Thinking | Negative Thinking | 무분별한 낙관의 함정

RayShines 2023. 3.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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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과 비관, 긍정과 부정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무조건적이고 무분별한 낙관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닐까요.

 

낙관, 비관, 긍정, 부정의 뜻

네이버 사전을 기준으로 하면 낙관은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본다, 앞으로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반면 비관은 인생을 어둡게만 보아 슬퍼하거나 절망스럽게 여긴다, 앞으로의 일이 잘 안될 것이라고 본다는 뜻입니다. 비관에 “어둡게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을 보면 비관적인 사람은 사태의 어두운 면만을 보고, 밝은 면을 찾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역시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긍정은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부정은 그렇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아니하다고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긍정이라는 것은 낙관과는 다른 말입니다. 낙관은 근거 없이 상황을 좋게만 본다는 것이고, 긍정은 무엇인가에 대해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잘 되기만 할까요.

다시 말해 요즘처럼 실리콘 밸리 뱅크, 크레딧 스위스, 시그니쳐 뱅크,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실버게이트 뱅크 등 여러 은행들이 줄도산하고 있을 때에도 “어떻게든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갖는 것이 낙관입니다. 그런데 연준과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애쓰고 있는 데도 “저래봤자 아무런 소용없어, 이제 제2의 리먼 사태가 터질 거고 세상은 끝났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관입니다.

 

반면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지금 상황은 어렵지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는 것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동시에 중립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이 긍정의 태도일 것입니다. 긍정에는 상황과 조건을 수용한다는 의미가 부분적으로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과 낙관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요새는 긍정의 뜻이 무조건적인 낙관, 낙천과 동의어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긍정적이라는 말의 의미 자체가 긍정적 사고, 영어로는 positive, 그 자체, 즉 무조건적인 좋은 생각과 거의 같은 말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모든 것이 무조건 좋아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 사고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인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경향까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왜 초를 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낙관과 구별되지 않는 긍정이야 말로 위험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 이겨낼 수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갈 구멍은 있다는 믿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아무런 대비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은 알아서 잘 되게 되어 있다, 즉 고사성어로 모든 일은 사필귀정이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001년 10월 골드만 삭스는 엔론이 “여전히 최고 중의 최고(still the best of the best)”라는 내용의 1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썼습니다. 이 보고서가 나오고 엔론의 주가는 8%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엔론이 파산하며, 미국 경제사 상 최악의 파산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낙관이었을까요, 긍정이었을까요. 좋은 면만을 보려고 하면서 위험한 수치는 무시해서 발생한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나쁜 수치가 있지만 다 잘 될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발생한 일이었을까요.

 

누군가에게 긍정적임을 강요하는 일을 사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의미보다는 낙관을 주입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무런 것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다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낙관이 개인과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을 우리는 많이 지켜봐 왔습니다.

 

 

 

극단적 긍정성에 대한 믿음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낙오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동시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서 선지자들이 미리 마련해 둔 매뉴얼을 따라 그대로 노력하면 누구나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는 극단적 긍정성은 사회에서 인정되는 성공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패배자이자 낙오자로 전락시키는 논리를 성립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조건이 어떻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며 긍정을 무한정으로 확장시키는 미디어의 캐치프레이즈를 보고 있으면 가끔 과다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자가 70만 명이 넘는 것을 보면 과연 모든 사람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긍정하는 것에도 힘이 필요합니다.

스스로에게 한계를 정하라거나 패배주의에 빠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긍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긍정하는 것이 긍정적 태도에 어긋나고, 자신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잘 알고, 지금은 나의 한계를 수용하지만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긍정일 것입니다. 난 신체적 조건도 뛰어나지 않고 운동 신경도 별로지만 마이클 조던 같은 농구선수가 될 거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농구만 하면 모든 것은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긍정일까요, 무분별한 낙관일까요. 우리의 삶은 한정적입니다. 시간, 에너지, 노력, 자원 등 모든 것이 유한합니다. 불공평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좋은 조건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실패를 해도 비교적 쉽게 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조건이 썩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잉여 자원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과 내가 가진 것에 대한 냉정한 생각, 객관적인 생각은 자신을 폄하하고 부정하고 비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야 말로 자신에 대한 수용이고 긍정이며, 그 바탕 위에서 우리는 낙관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 긍정의 배신(바바라 에런라이크),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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