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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깊은 생각 55

내가 노력해서 얻은 능력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요? | 후성유전학 Epigenetics | 용불용설 | 라마르크

후성유전학 Epigenetics 라는 학문이 있습니다.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획득한 형질이 유전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내가 평생 연습한 피아노 실력이 아이에게 유전될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두 요소는 DNA와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DNA 쪽에 더 비중을 둔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 것이며, 환경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각 개인에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개념을 부정하게 됩니다. 우리는 유전은 DNA를 통해서 일어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진 DNA가 절반으로 줄어든 뒤 정자와 난자를 통해 각각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다시 아이는 온전한 한 세트의 DNA를 보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DNA는 특별한 일이 ..

인간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합니다. | 내집단과 외집단 | 추방과 파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합니다. 별 거 아닌 것으로도 우리는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우리는 그들을 그들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입니다. 인간이라는 한자어의 뜻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완전한 고립을 원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즉 누군가에겐가 방해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은 있지만, 독방에 갇혀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시간이란 원하지 않는 연락을 받지 않을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나 자신 역시 그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원하는 혼자만의 시간이란 양방향으로의 고립이 ..

우리 뇌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 드레스 색깔 논쟁 | SURFPAD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싫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의식화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경제 관련 뉴스를 읽거나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불확실성에 해소되었다”는 말을 합니다.악재는 확실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자꾸 듣다 보면 “아 그게 맞나 보다”하게 되지요. 그래서 그런 말이 있습니다. 위험은 측량 가능한 불확실성이며, 불확실성은 측량 불가능한 위험이다.(Risk is measurable uncertainty. Uncertainty is unmeasurable risk.) 경제학적 이론들은 이상적 상황에 놓여진 인간들의 이성적 판단을 전제로 할 ..

우리는 예상이 틀리면 예측 모델을 수정하는 대신 사실을 왜곡합니다 |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런데 나의 관점과 다르거나, 나의 예측과 빗나가는 변칙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에 도달하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델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뇌는 기본적으로 예측하는 기계입니다.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보고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기대와 예측을 합니다. 사건이나 사물과의 상호 작용의 결과가 나의 기대나 예측과 일치하면 모델을 수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작동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결과가 내 예상이나 기대와 빗나가면 그때 우리 뇌에는 가벼운 알람이 켜집니다. 큰일이 났다는 신호는 아니고, 그저 뭔가 찜찜한 기분, 부적절한 기분, 아 왜 이게 안 됐지 하는 정도의 기분이 듭니..

습관적, 자동적,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습성을 버려야 합니다. | 정교화 Elaboration | 자동화 사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내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려면 습관적 생각을 멈추고, 내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뇌는 우리의 생존을 돕기 위한 알고리듬의 물리적 총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런과 뉴런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뉴런들의 네트워크는 다른 뉴런 네트워크와 또다시 복잡하게 연결되며,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숫자의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으로 뇌에는 약 800~1000억 개의 뉴런, 즉 신경세포가 있고, 이 뉴런들은 약 1000조 개, 즉 10의 15승 개의 연결, 즉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한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의 수의 우리은하에 존재하는 별들의 숫자와 비슷하며, 시냅스의 숫자는 3000만 년 동안의 초..

생명 | 삶은 명령일까요 |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요 |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살아야만 할까요, 생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명 生命 에는 명령 命令 에 쓰이는 명 命 이 들어 있습니다. 즉, 생이라는 것은 명이라는 뜻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이는 살아나가는 것은 주어지는 명령에 가까우며, 왜라는 의문을 갖기에 앞서 그 자체로 온당하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어로 life는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하며, 동사형인 live는 지속하다, 남아있다는 뜻에서 파생했습니다. 영어로는 우리말처럼 강력한 권위가 느껴지진 않습니다만, 동사형인 live가 ‘지속하다, 남아있다’에서 기원한 것은 삶 자체의 피동성이 어느 정도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누구도 자신의 탄생을 결정하진 못합니다. 삶은 부모의 의지, 혹은 본능인 욕구에 의해서 시작될 수 있죠...

왜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과 결혼할까요? | 동류혼 Homogamy | 동종애 Homophily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를 동류혼 homogamy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사람에 대해 끌리는 현상을 동종애 Homophily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선택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 너무나 많은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선택이라는 적극적인 용어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우리는 결혼을 하겠다는 결정, 그리고 그것을 누구와 하겠다는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결혼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엄청난 일입니다. 어떤 상대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경로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결혼에 의해서 삶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바뀔 수 있고 변..

인간은 합리화와 이분법적 사고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 믿음의 합리화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합리화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합리화는 자신은 항상 옳고 상대는 항상 그르다는 믿음을 강화시키고, 이로 인해 세상에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믿음이 양립하여 유지됩니다. 세상은 참 신기한 곳입니다. 두 가지 서로 완전히 모순되어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믿음들이 공존하니까요. 인간이 창조되었다는 생각과 인간은 진화했다는 생각, 신이 존재한다는 생각과 그렇지 않다는 생각, 나의 신만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믿는 여러 가지 종교들 등이 그렇습니다. 만약 유일신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여러 명의 유일신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 테지만 유일신을 믿는 여러 종교들은 비교적 사이좋게 세상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진영에서도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주장들이 어지럽게 서로 ..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 데이빗 로젠한 Rosenhan | 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

데이빗 로젠한 David Rosenhan 의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증상을 속여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상적인 사람들을 통한 연구였습니다. 논문의 제목은 “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 “광기 속에서 정상인으로 지내는 것” 정도가 되겠으며, 1973년에 게재됐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죠.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은 모두 정상으로 분류되고,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비정상인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행동은 정상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비정상인 것일까요. 문화적으로 수용될 수 있으면 정상인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비정상인 것일까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사이의 경계는 또 어디일까요. 로젠한과 그의 동료들은 증상을 꾸..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한 이유 |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350만 년 먼저 발생했기 때문

모성애는 아마도 인간을 움직이는 동인 중 가장 강력한 감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성애는 모성애만큼 강하지 않은 것일까요? 모성애는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하게 만드는 강력한 추동력입니다.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미들이 새끼에 대해 보이는 사랑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겠다는 의지는 그 어떤 장애물도 극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끼를 낳은 뒤 자신의 몸을 양분으로 삼게 하는 동물들도 있고,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들의 기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봅니다.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행동인 동시에 숭고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같은 내용도 진화심리학이나 유전학 등의 학문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이 퇴색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만, 모성애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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