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ADHD의 시대, ADHD는 정말 병일까요, 아니면 시대 상황의 반영일까요?

RayShines 2025. 5.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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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ADHD라는 병이 있습니다. 뭔가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증상인 정신장애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정말 ADHD라는 병을 진단받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이 모두 ADHD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원래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엇 한 가지를 진득하니 하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니까요.

예전에 읽었던 미하일 엔데의 “모모”라는 책에서 본 것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지루함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모모”에 나온 문장인지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그리고 <더 와이어>라는 드라마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합니다. “경찰들은 지루함을 못 견딘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이 지루함을 모른다는 말은 아이들에게는 세상 많은 것들이 너무나 새롭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기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 어른들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새롭고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이 홍수처럼 몰려드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뇌에 자의, 혹은 타의에 따라 새로운 텍스트, 이미지, 숫자를 끊임없이 밀어 넣습니다. 우리가 휴대전화, 태블릿, 랩탑을 사용할 때 한 가지 스크린에 머무는 평균적인 시간이 몇 초인지 짐작하십니까? 평균 20초입니다. 한 가지 작업을 20분 이상 하는 일은 매우 극히 드물었습니다. 우리는 20초에 한 번씩 alt+tab을 누르거나 이전 앱 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을 스와이프해서 다른 앱을 구동시킵니다. 그리고 거기서 몇 초 머무른 뒤 다시 다른 앱으로 떠돌아다닙니다. 애당초 왜 휴대전화를 열었는지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 앱에서 저 앱으로, 저 포스팅에서 이 포스팅으로 배회하며 우리의 정신도 같이 배회합니다. 그래서 빅테크들은 우리를 배회하지 않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뇌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60초가 되지 않는 짧은 동영상을 무한 공급하는 플랫폼을 제공했고 우리의 뇌는 거기서 흐르는 무의미한 정보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웁니다. 몇 시간 그런 식으로 스와잎을 하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소중한 내 시간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매우 희소한 자원인 내 주의력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 말고는 말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에 집중하라, 문제에 집중하라, 배우는 것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성인들은 그러고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말하며 옆에서는 유튜브 숏츠를 위아래로 긁고 있는 어른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는 몇 시간이든 한 자리에 앉아서 집중을 잃지 않고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합니다. 마치 현시대의 아이들이 주의와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그 아이들이 나약해서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만약 우리 시대의 아이들에게 ADHD 진단율이 증가하는 것이 아이들의 생물학적 문제, 개인적 역량의 문제라면 동시대를 사는 어른들은 왜 한 가지에 1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입니까. 그리고 왜 이것에 대해서는 어른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이대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는 잘 집중했었고, ADHD는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한 병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이런 진단 기준에 대해서까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이유는 다른 데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엇인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적 노력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와 컨텐츠 환경, 그리고 산업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적절히 자극을 차단하고,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바꾸고, 디지털 디톡스 기간을 갖고,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하라는 조언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과연 누가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려고 하겠습니까.

그저 생활 습관 몇 가지만 바꾸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집중력이 사라진 우리 시대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미래가 어디로 우리를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좋은 곳으로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전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무엇 한 가지를 골똘히 생각하고 집요하게 파고 들어 몰입해 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해 주고,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하며,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가 아닌 우리 내부의 보관소에 켜켜이 쌓인 경험의 편린들을 통해 진짜 우리 자신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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