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과거의 상처가 갑자기 떠오르는 날에도 그 날 해야 할 일상을 지켜 나가야겠죠.

RayShines 2025. 4.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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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있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 괴로울 때가 있죠. 상처를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럴 땐 니체가 했다던 “나를 파괴하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을 되뇌어 봅니다.

 

 

 

정신적 상흔은 인간을 해칩니다.

누군가의 나에게 보인 무례, 경멸, 악의, 그로 인해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치심과 죄책감은 나의 영혼을 병들게 합니다. 성장과 성숙을 방해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를 헤매게 만듭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좋겠으나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읽었던 책에 한 성폭력 피해자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정확치는 않지만 “그 사람은 이미 나에게서 많은 시간과 날들을 빼앗아갔다,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나의 날들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야기였습니다. 벌써 수십 년 전에 읽었던 이 문장을 전 지금도 가끔씩 떠올리곤 합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과거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나의 시간을 빼앗기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저 말을 한 피해자가 겪은 일에 비하면 제가 받은 상처들은 대단한 것이 아니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커나가는 과정 중에 흔히들 겪을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불운한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것이 누군가의 악의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하고, 그저 우연히 발생하기도 합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우리는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에게 이런 괴로움을 겪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면 나의 마음이 후련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복수를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정말 그러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설령 복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나에게 벌어졌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복수는 뭔가를 공평하게 만드는 과정이긴 할 것입니다. 문제는 좋은 것이 부족한 쪽에 좋은 것을 하나 더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쪽에 나쁜 것을 하나 더 더하는 것이겠지요. 복수는 무엇인가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용서해야만 한다는 의미까지는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용서는 한 단계 위의 그 무엇이고, 아직 전 그 단계에 이르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니체가 한 유명한 말이 있지요. “나를 파괴하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바로 그 말입니다.

마이클 조던이 좋아하는 말이라는 이야기도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습니다. 나에게 함부로 대했던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는 그저 내가 잘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분노, 증오와 복수심은 자기 파괴적인 감정입니다. 그것으로 내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나의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 있습니다. 과거가 나의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의 나와 나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나에게 무례를 범한 이들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들의 삶은 나의 삶과 관련이 없습니다. 설령 그들이 과거의 한 순간 나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며 너희의 그 무례 따위는 지금의 나에게는 티끌만큼의 무게도 갖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파괴되지 않았고, 나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탈무드는 나에게 낫을 빌려주지 않은 이웃이 낫을 빌리러 오자 “당신이 나에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으니 나도 빌려주지 않겠다”며 거절하는 것을 복수, “당신은 나에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빌려주겠다”며 빌려주는 것을 증오라고 했습니다. 무엇이 옳았을까요, 그저 낫을 건네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어린 시절에 이 구절을 읽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과거에 나를 욕보였던 것은 지금의 내가 내리는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면 난 강해진 것이겠지요. 이것은 그들은 나를 파괴하지 못했고, 지금의 나는 그 기억으로 인해 동요되지 않는다는 것, 앞으로도 난 파괴되지 않을 것이며,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삶을 살아나가겠다는 주장입니다. 

 

오래전 기억으로 마음이 힘든 날에도 오늘 해야 할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간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의 위대함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파괴되지 않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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