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당연해보이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때 우리는 혼란에 빠집니다.

RayShines 2025. 6.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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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것들은 그냥 그 자체로 너무나 당연해서 더 이상의 증명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당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당위가 당연하지 않으면 우리는 혼란에 빠집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당위”를 찾아보면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하는 것”,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 또는 마땅히 행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 자체로 그냥 당연한 것, 그것이 당위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당위는 그 자체로 일종의 막다른 골목이 됩니다. 더 이상 증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살을 권장하는 사회나 문화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자살을 금지하거나 터부시 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가 자살을 금지하는 데 쓰이는 방패막 중 하나였습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것은 머리카락 한 올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생을 업신여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종교적 맥락에서라면 신께서 주신 생명에 대한 여탈권은 신만이 가지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면 가장 흔히 쓰이는 명제는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명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위의 두 가지가 흔히 쓰입니다. 부모가 준 것이니 소중하다, 신이 준 것이니 소중하다는 것이지요. 즉 생명은 소중한 것이므로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서도 안 되고, 혹여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서, 즉 이것은 그저 당위라서,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논쟁을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 이 명제에 대해 논쟁을 시작한다면, 한쪽은 아마도 “생명이 소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생명이 반드시 소중한 것은 아니다”, 혹은 “생명이 무조건 소중하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으니 의심해봐야 한다” 정도의 입장을 취해야 할 텐데 그 자체가 현시대의 규범 상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저도 당연히 생명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명에 왜 소중하냐고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누군가 자신의 것인 목숨을 자신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을 하거나, 본인의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편안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에도 사회가 간섭을 해야 하느냐는 논쟁적 주제를 가지고 올 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 “생명이란 가장 고결한 가치이며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는 당위를 부정하는 순간, 우리는 그 당위를 방어할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하며 깊은 절망과 허무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왜 난 죽어선 안 되는 건가요”라고 말할 때 “그야 생명은 소중하니까!”라고 대답하는 것이 때에 따라서는 얼마나 공허하겠습니까. 모두에게 통용되는 가치가 통용되지 않는 영역에 지내고 있는 이에게 그 가치를 아무리 제시해 봤자 그것은 전혀 가서 닿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대부분의 개인들은 널리 쓰이고 인정되는 사회적 법칙을 수용하고 체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무의식적, 혹은 무비판적으로, 혹은 태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은 그냥 그런 것이다”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는 개인이 있을 수도 있음은 당연한 것이며, 그 경우 이들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는 이유, 사는 목적, 사는 목표, 사는 의미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물질이 될 수도 있겠고, 가족이 될 수도 있겠고, 자식이 될 수도 있겠고, 그 외의 어떤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만약 내가 우리 사회의 당위를 받아들이기 너무나도 어렵다면 자신의 삶을 기대고, 자신의 삶을 지탱해 나갈 철학이나 가치는 각자가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금 그러고 있다면 우리 사회 역시 철학이나 가치가 필요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지향이 없다면 개인이나 사회는 모두 표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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