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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 킹 Tulsa King | 실베스터 스탤론 | 드라마 | 후기 | 감상 | 테일러 쉐리던 | 셰리던

RayShines 2023. 3.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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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갱스터 드라마 털사 킹의 감상평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털사는 오클라호마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미국에서는 마흔일곱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라고 합니다. 오클라호마가 빨간색의 사람들이란 뜻의 오클라 훔마(okla humma)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2010년 기준 전체 인구의 8.6%가 아메리카 원주민이며, 그 중 절반 이상이 체로키족이라고 합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분한 드와이트 "더 제너럴" 맨프레디는 이탈리아 혈통의 마피아 중간 보스입니다. 영화에서는 중간 관리자급의 마피아를 카포(Capo)라고 부릅니다. 드와이트라는 이름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별명이 장군(the General)이고, 이탈리아어로는 "Cinque Stelle"(Five Star)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그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25년을 보내고 나옵니다. 그리고 25년 간 자신을 회유하려던 유혹을 여섯 번이나 뿌리칩니다. 그 정도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난 중간 보스였죠. 그런데 출소한 이후 그는 더 이상 뉴욕에는 그의 자리가 없다며 오클라호마의 털사로 가서 하고 싶은 사업은 뭐든 하라는 조직의 요구를 받게 됩니다. 25년이나 충성을 지킨 자신에게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그는 추방형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배신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있겠느냐며 털사로 갑니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노련함, 그리고 75세의 고령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도의 육체적 강인함을 가지고 털사를 지배해 나갑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작과 각본에 참여한 테일러 쉐리던 때문입니다.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로 유명한 각본가입니다. 그의 국경 3부작(Frontier Trilogy)으로 불리는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윈드 리버가 모두 유명합니다. 그 중 시카리오가 가장 유명하죠. 그는 늘 중앙의 힘과 통제가 제대로 미치지 않는 변경과 변경이 만나는 곳, 그래서 폭력과 무질서의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가장자리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네요. 그가 관여한 작품들은 늘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털사 킹도 보게 됐습니다. 

 

 

 

털사 킹은 장면 전환마다 블랙 스크린이 나오고, 에피소드 하나가 채 40분이 되지 않습니다. 

털사 킹은 씬과 씬 사이에 항상 블랙 스크린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한 느낌인데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전개가 워낙 빨라서 이 블랙 스크린이 나오며 다른 씬으로 옮겨질 때 느껴지는 속도감이 꽤 괜찮습니다. 이것 때문에 이야기가 단절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의 순수한 러닝타임은 40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에피소드 하나가 50분이 넘으면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24같은 드라마는 50분 정도 되는 에피소드 24개, 한 시즌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이제 그 정도로 긴 시리즈는 OTT에서 한 번에 시즌 전체를 제작해서 드랍하기도 어렵고, 사실 소비하는 측에서도 그 정도로 시간을 소비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인지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순식간에 에피소드 하나가 끝납니다. 그리고 테일러 쉐리던의 영화는 황량한 풍경을 비추며 속도감을 의도적으로 누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최근 관여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속도감이 많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스탤론이 정말 멋지게 나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1946년 7월 6일생이니 우리 나이로 76세입니다. 저 드라마를 찍을 당시에는 아마 74~75세였을 거 같습니다. 물론 람보나 록키 때의 모습은 아닙니다만, 아직도 무게감 있는 몸을 유지하며 이탈리아제로 보이는 몸에 착 감기는 수트의 매무새를 바로 잡는 모습이 잘 관리된 클래식 카같은 느낌을 줍니다. 매 화마다 갈아입고 나오는 각양각색의 수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적지 않습니다. 

 

드와이트 맨프레디의 극 중 나이인 75세 역시 실제 나이와 같은 나이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고령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을 설득하고 사로잡아 오합지졸로 보이는 무리들을 규합시키고, 여성들에게도 엄청난 매력을 내뿜습니다. 그런데 외양에서 어느 정도라도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면 전혀 설득력이 없을 텐데, 스탤론 자체가 중후한 노년 간지가 흘러넘쳐서 설득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탤론이 참 멋지게 늙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닥터 두기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에 두기의 절친한 친구인 비니 델피노라는 역할을 한 배우가 있었는데 털사 킹에 조역으로 나옵니다. 맥스 카셀라라는 배우이며, 극 중 배역의 이름은 아만드 "매니" 트루이시입니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더라고요. 

 

 

 

아쉬운 부분들은 없지 않습니다.

일단 여주인공의 행동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드와이트의 매력에 빠졌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중요한 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중간중간 조금 김을 빠지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극 중 빌런으로 나오는 모터사이클 갱단과의 최후의 결전 역시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존 윅 같은 액션씬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투박하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약간 싱겁게 끝나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드와이트 쪽의 세력이 여러 인종과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섞여서 만들어진 그룹이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이상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리고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이해는 갑니다만, 시즌 1의 결말이 조금 진부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볼만합니다.

털사 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스타들이 쏟아지는 헐리우드에서 아직도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는 스탤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꽤 괜찮은 드라마입니다. 테일러 쉐리던이 관여한 작품 치고는 각본이 매우 뛰어나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긴 시카리오 이후 그의 작품들이 시카리오 같은 임팩트가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카리오는 드니 빌뇌브의 역량이 그 정도로 뛰어났다는 뜻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Without Remorse도 그렇고, Those who wish me dead도 그렇고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개인적 느낌이었습니다. 털사 킹 역시 후반부로 가면 시나리오의 힘이 그 정도로 강하진 않습니다만, 빠른 템포로 끌어가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질질 끌지 않고 끝납니다. 머리 복잡하게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드라마가 필요하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는 게 개인적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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