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다약제 다제병용 Polypharmacy | 여러 가지 약물 복용

RayShines 2023. 5.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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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에 polypharmacy, 우리말로 하면 다약제, 다제병용, 즉 많은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현대 의학 중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약물 복용입니다. 증상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고, 어떤 질병의 진단이 내려지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일련의 약물을 복용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경우 하루에도 열 종류도 넘는 알약을 삼키기도 합니다.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난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걸을 때마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이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하루 다섯 종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인구의 비율이 10~20%라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15% 가량은 매일 5종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한다고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그 비율이 20%가량이라고 합니다. 노령 인구의 경우 기저질환도 많으므로, 복용하는 약의 종류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65세 이상의 미국인들 중 3분의 2 이상은 매일 최소한 5종류 이상의 약을 먹습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열 종류 이상의 약을 삼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약이 과연 다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는군요.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복용하는 약물의 10% 가량은 굳이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약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라고 해도 부작용은 따르는 법이니,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가 많을수록 부작용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많은 약을 먹는 것, 영어로는 polypharmacy, 에는 그만한 댓가가 따릅니다.

영국 리버풀의 경우 입원 이유의 20%가량이 약물에 대한 부작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싱크탱크인 Lown Institute에 따르면 2020~30년 사이에 과도한 약물 처방으로 인해 미국에서만 15만 건 이상의 사망과 450만 건의 입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기도 하네요. 이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과도한 약물 처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다보면 같은 경로에 작용하는 약물이 겹쳐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 특정 경로가 과활성화되거나, 혹은 과도하게 억제될 수 있겠죠. 이런 경우 효능이 겹치는 약물들 중 일부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체내 대사율이 떨어지며 약물을 대사하는 능력도 저하되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청장년층보다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경우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종류의 진정제가 처방되다 보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단순한 숙취가 아니라 머리가 뿌연 느낌 brain fog 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제병용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정보보호 때문이기도 합니다.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환자가 일일이 의사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이를 모니터링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효능이 비슷한 약물이 중복 처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약을 언제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수술을 받은 뒤 90일이 지난 이후에도 진통제를 계속해서 복용하고 있는 비율이 20%나 됐다고 하네요.

 

약물 복용을 시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내리기 쉬운 결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상을 사라지게 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의사들도 환자들의 통증을 줄이고 증상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약물을 언제 끊어야 하는지는 망설여질 때가 많습니다. 이 약을 끊으면 다시 아파지지 않을까, 또다시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닐까, 어렵게 나아진 병이 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 쉽습니다. 현상을 유지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 또한 여기 강하게 작용합니다. 변화에 대한 내재적인 불안감이 있으니까요.

 

적당한 용량의 약물을 복용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끊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시행 착오가 따르는 것이 아닐까요. 약물 중단 과정 중에 약물의 증감량이 벌어질 수 있음에 대한 사전 합의만 있다면 불필요한 약물을 줄여나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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