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10대 소녀 자살 자해 | SNS | 상상적 청중 | 개인적 우화 | 스마트폰 중독 | Imaginary Audience | Personal Fable

RayShines 2023. 5.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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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년 간 10대 소녀들의 자살률과 자해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스마트폰과 SNS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미국 10대들 중 우울증을 경험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SNS가 청년 인구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인구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의 53%가 SNS가 10대들의 우울증에 전적으로 혹은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 보급된 지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만약 스마트폰, 그리고 SNS가 우울증 확산에 기여한다면 그 현상 또한 전 세계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에 따르면 젊은 연령층 중에도 특히 소녀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이 그 원흉이라고 말하기는 이르긴 합니다.

 

사실 정신건강은 매우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설문조사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측정값이 현실을 반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정신질환을 타겟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국가, 문화에 따라서도 답변이 달라집니다. 응답자의 성실성, 혹은 자신의 상태를 은폐하려는 의도 등으로 인해 결과가 왜곡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그런 증상의 행동적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자해로 입원한 비율과 자살률을 조사했습니다.

 

 

 

teengager suicide self-harm
10대들의 자해, 자살율에 대한 그래프입니다.

 

 

 

두 가지 부문 모두에서 소년들에 비해 소녀들이 보다 우려스러웠습니다. 자살률은 사실 17개 국가에서 모두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10대 소녀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다른 그룹에 비해 낮습니다. 그런데 2003년에서 2020년 사이 10~19세 소녀들 10만 명 당 자살자수가 3.0명에서 3.5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소년들의 경우 6.1명으로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또한 소녀들은 소년들에 비해 자해도 더 많이 합니다. 자해로 인한 입원의 빈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11개 국가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2010년에 비해 2021년에는 자해를 하여 입원한 10~14세 소녀들의 비율이 143%나 증가했습니다. 소년들의 경우에는 49%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 추세에 스마트폰이 기여했을까요? 미국과 영국에서는 2010년까지는 우울감을 보고하는 인구의 비율이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갑작스레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2010년은 인스타그램이 세상에 소개된 해입니다. 두 가지 현상이 함께 일어난다고 해서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단순히 우연에 의해 함께 일어났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다른 국가에서는 혼재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웨덴에서는 2006년 이후 자해로 입원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가 2010~2018년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9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는 시기까지도 그 경향이 변화가 없었습니다. 어떤 국가들의 경우 우울증을 호소하는 인구의 비율에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국가에 따라 스마트폰이 도입되는 속도, 비율, 양상이 크게 따르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자살이나 자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그 결과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년들이 SNS에 더 취약한 이유에 대해 혹자는 소년들의 경우 비디오 게임에 탐닉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소녀들에 비해 소년들은 SNS에 노출되는 시간 자체가 적다는 것이지요.

 

 

 

SNS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결론을 내긴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SNS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특히 자존감이 높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겠지요. 이들은 SNS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SNS의 원래 뜻인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고, 이를 이용해 오프라인으로 그 자원을 확장시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기반으로 인맥들을 운용하여 그전에는 불가능한 수준의 성공을 일궈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SNS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사실 SNS를 이용하면 면전에서 창피를 당하는 위험을 최소로 줄이면서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적절히 사용한다면 소극적인 사람들에게도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위축되어 있고,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도 이런 문제가 그대로 재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SNS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보다는 눈팅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눈팅만 하는 이들이 SNS로부터 더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10대들의 SNS에 의해 더 크고 깊이 영향받는다는 의견은 많습니다.

피아제 Piaget 에 따르면 11~19세 시기의 청소년들은 상상적 청중 imaginary audience 에 둘러싸여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일종의 착각 속에 산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면 청소년들은 가족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학예회에서 율동을 하는 것 정도로 상상적 청중으로부터 받는 관심을 충족시켰을 것입니다. 가족들의 특성상, 그리고 대면 접촉의 특성상 이런 경우 비난을 받거나 악평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학예회에 가서 아이들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SNS가 10대들이 발달 과정을 거치며 겪게 되는 이 단계의 효과를 극단적으로 증폭시켰으며, 청중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시간 자체를 24시간으로 늘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청소년들의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 한 가지가 개인적 우화 personal fable 라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서 과대평가를 한다는 것인데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강백호가 “역시 천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개인적 우화라는 관점에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10대 때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역량을 과대평가해 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물리적, 형이상학적 한계를 정확히 모르는 10대 때 갖게 되는 웅대한 꿈, 그리고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의 좌절, 이 두 가지가 건강한 방식으로 적절하게 일어났을 때 인간에게 건강한 형태의 자존감이 형성되는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SNS는 이 과정을 왜곡시켰습니다.

 

10대들이 가지는 위의 두 가지 특성이 SNS라는 플랫폼과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10대들은 실제로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의 양이나 정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생겼으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24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었습니다.

 

 

 

FOMO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오는지 확인해야 하고, 숫자로 보여지는 관심의 정도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친구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벽 3시에도 친구들이 올리는 게시물에는 하트를 눌러줘야 하는 합니다. 또한 자신의 게시물에 찍히는 좋아요와 댓글의 개수를 통해 자신에 대한 친구들과 세상의 관심이 수량화되었으며, 그 숫자가 과대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SNS 친구가 수백 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내가 뭘 하는지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내 여행 사진에 좋아요가 100개 찍히더라도 실제로 그 사진을 제대로 본 사람, 그리고 내가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신의 게시물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의 수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관심이 과대평가되고, 수량화되는 것을 좋다고 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비난, 비방, 욕설, 악플들 역시 과대평가될 수 있으며, 재생산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는 2021년 11월부터 싫어요 숫자를 비공개로 전환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지는 정확히 수량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싫어요 숫자 또한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가장 뼈아픈 것은 좋아요도, 싫어요도, 좋은 댓글도, 악성 댓글도 전혀 없는 것입니다. SNS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무관심입니다. 그것은 SNS 계정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니까요.

 

10대들이 SNS를 통해 구현된 가상의 무대에서 보이는 높은 관심 욕구와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발생하는 낙차 큰 좌절은 현재의 40~50대들이 10대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우리는 SNS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10대들의 경우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기성세대들에 비해 훨씬 더 흐릿합니다. 또한 10대, 40대 할 것 없이 SNS에 포스팅된 정교하게 편집된 타인들의 삶이 현실을 그대로 혹은 매우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다만 기성세대들의 삶과 자기감은 비교적 확립된 반면 10대들의 그것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정체성과 자존감을 축적해내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SNS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더 잘 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삶의 질은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10대들은 모두 다 같이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SNS를 하지 않겠다고 답합니다.

자발적으로 SNS 휴지기를 갖는 10대가 65%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고무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SNS나 스마트폰의 나쁜 점을 스스로 깨닫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스스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10대 청소년들에게 SNS를 없애버리고 싶냐고 물으면 많은 아이들이 그러기에는 아직 두렵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 아무도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느냐, 그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마음 아픈 일입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겠으나, 이제 SNS는 더 이상 SNS가 아닌 것이 됐으며 그 폐해는 청소년들에게 나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참고 자료 : economist, 디지털 시대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줄리아나 마이너), 인스타 브레인(안데르스 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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