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정체성 | Identity | Z세대들과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성 차이 | 밀레니엄 세대

RayShines 2023. 5.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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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는 달리 정체성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들고, 동시에 정체성이 매우 세밀하고 정교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개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정체성이라는 말을 그다지 많이 쓰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개성이라는 말은 흔히들 썼던 것 같습니다. 각자 개인의 특성이라는 의미로 쓰였던 것 같은데, 그것을 표현하는 가장 흔한 수단이 옷차림새나 머리 모양 같은 게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뭘 입고 어떤 머리 모양을 한다는 말들을 그땐 흔히들 했습니다.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것 같고요.

 

 

 

우리나라는 사실 구성원들 사이에 두드러진 차이가 없습니다. 적어도 인종, 민족적 차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인종적, 민족적 차이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계급이라는 것은 없는 사회가 되었으니 사회적 계층으로 인한 차이를 규정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입니다. 종교적, 지역적 차이는 매우 두드러지는 차이임에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큰 민족적, 인종적 단일 범주에 속해 있으니 종교적, 지역적 갈등과 분쟁이 있을 때를 빼고는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누구인가, 나의 본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지금은 어디에 속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나만의 특별한 무엇인가를 주장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제는 내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것이 매우 용이해진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세상은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었고, 개인의 취향을 찾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 역시 매우 높은 가치가 되었습니다. 예전이는 매우 고정된 취향과 흥미를 가진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했었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오타쿠와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의 취미를 즐기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아주 지엽적인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더 연구하거나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같은 흥미를 가진 사람들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고, 더 깊이 있는 탐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교류하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도 매우 간단한 일이 되었습니다.

 

비단 취미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배경, 종교관, 성적 지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잡하게 조합되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동일한 조합을 가지는 동료들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는 집단을 만나면 개인은 그 정체성이 사회에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 집단과 의견을 나누고 교류하며 정체성을 더 공고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Z세대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해 나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이 존재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가다듬고, 정체성을 찾아나가며 그 둘을 조합하여 극단적으로 세분화된 자신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에 매우 익숙합니다. 예전처럼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난 한국인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난 A, B, C 이며 D인 나야라는 선언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 뭉뚱그려지고 투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던 시기가 미개하고 원시적이었으며, 당시의 사람들은 모두 불행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산유수처럼 할 수 있는 지금이 반드시 행복하고 더 좋은 시기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세밀하게 가르는 용어들이 없던 때에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서서히 찾아나갔습니다. 인생은 결국 정말 내가 누군지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 탐색을 아주 어린 나이부터 네트워크를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해나가고 과거보다 이른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는 완성감을 갖는 것이 예전처럼 경험과 세월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보다 더 우월한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모를 것 같습니다. 다만 인간에게는 완만함과 빠름이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고, 세상의 어떤 것은 재촉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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