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나는 누구일까요? | 자아 정체성 identity | 서른 이립 | 마흔 불혹 | 시냅스 | 가지치기 Pruning | Default Mode Network | 전전두엽

RayShines 2023. 6.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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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내가 누구일까, 나다움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합니다. 어찌 보면 인생은 진정한 내가 누구이지를 찾아나가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뇌는 우리의 직관과 반하는 방식으로 발달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자라면서 뇌가 서서히 발달해 나가고, 필요한 부분은 더 많이 발달하는 식으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지 않다고 합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대략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 숫자가 줄어들어 800~900억 개 정도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은 성인이 되었을 때 가지게 될 거의 모든 뉴런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뇌세포, 즉 발달 과정 중 뇌세포, 즉 뉴런의 숫자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시냅스는 필요한 것보다 많이 형성된 이후 불필요한 부분은 가지치기됩니다.

그러나 뇌세포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synapse)의 숫자의 변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문헌이 공통된 의견을 제시합니다. 다시 말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뒤 불필요한 부분을 솎아내는 방식, 즉 가지치기(pruning), 으로 형성됩니다. 신생아의 뇌에서 뉴런은 1초에 4만 개씩 새로운 시냅스를 만듭니다. 단순히 계산을 해보면 하루에 30억 개 이상의 새로운 연결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진 많게는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 각각은 1,000개에서 10,000개에 이르는 시냅스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 매초 200만 개의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된다고 하며, 두 살 아기는 100조 개가 넘는 시냅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성인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며 이 중 50% 정도가 가지치기되어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되어 가는 과정은 무엇이 더 생겨서가 아니라 내가 아닌 것을 덜어냄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나인 것은 무엇인가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헵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서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도널드 헵이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헵의 법칙(Hebb’s rule)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헵의 법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함께 발화하는 세포는 함께 서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원어로는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시냅스는 두 개의, 혹은 그 이상의 뉴런을 함께 연결하고, 많이 사용될수록 그 채널은 더욱 매끄러워지고 자동화됩니다. 어떤 과제나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성공적으로 참여하고, 빈번하게 참여하는 시냅스는 강화됩니다. 반면 그렇지 못하여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냅스는 제거됩니다. 사용되지 않은 연결들을 굳이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시스템에서 사라지고, 남아 있는 시냅스들은 더욱더 빈번하게 흐르는 신호들의 물결로 인해 더 깊은 수로가 더 매끄럽게 파일 것입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환하게 켜집니다.

우리 뇌의 추상적 구조물 중 DMN, Default Mode Network, 라는 것이 있습니다. 2000년 경 워싱턴 대학의 마크 라이클은 fMRI에서 사용할 기준점을 위한 휴식 상태를 사용하다가 DMN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DMN은 말 그대로 디폴트 상태에서 켜지는 네트워크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과제에 집중을 하는 상태가 아니라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생각이 부유하고 몽상에 빠져들 때 활성화됩니다. 이런 생각을 SIT, Stimulus-Independent Thought, 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DMN은 우리가 SIT을 할 때 켜집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우리가 백일몽에 빠질 때 켜지는 부분들은 설전부(precuneus), 대상이랑(cingulate gyrus)의 앞쪽과 뒷부분(anterior cingulate cortex, posterior cingulate cortex), 안쪽 관자엽 피질(medial temporal cortex), 안쪽 앞이마엽 피질(전전두엽 피질, PFC) 등입니다. 이 중 전전두엽 피질(PFC)과 후측 대상 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가 DMN의 중추입니다. 이 부분들은 우리가 바깥 세계를 들여다보고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는 대신 우리의 안을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 켜집니다. 다시 말해서 전전두엽은 우리가 자신을 생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DMN의 중요 부위인 전전두엽 피질은 다른 부위에 비해 늦게 성숙합니다.

그런데 전전두엽 피질의 성숙은 다른 뇌 영역에 비해 늦게 일어납니다. 위에서 말했던 가지치기 과정은 다른 부위에서는 출생 후 몇 년 사이에 종결됩니다. 그런데 유독 전전두엽 피질에서만큼은 이 가지치기가 매우 늦게 일어납니다. 실제로 전전두엽 피질의 가지치기는 아동 중기가 되어야 시작되며 성인기 초기에 끝납니다. 그래서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아동기 후기인 5~10세 경 때 다른 부위의 대뇌 피질 두께는 감소하지만 전두엽의 피질 두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10세 경에도 가지치기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활발하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전전두엽 피질은 다른 부위와 늦게 연결됩니다.

그리고 전전두엽 피질에서 늦게 일어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수초화 myelination 과정입니다. 뉴런의 섬유는 미엘린이라는 것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뉴런의 섬유가 전선이라면 미엘린은 피복입니다. 미엘린이 있어야 신경 신호가 도약 전도되며 그 전송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따라서 수초화가 늦게 일어나면 그만큼 뇌의 다른 부분과의 연결 또한 지연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대뇌 피질의 두께가 정점에 이르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런 일이 일어나며, 특히 전전두엽 피질과 다른 부위를 연결하는 영역에서 이런 일이 두드러집니다.

 

결론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 켜지는 부위 중 하나인 전전두엽은 발달이 다른 부위에 비해 늦을 뿐만 아니라, 이 부위가 뇌의 다른 부문과 연결되는 시점 또한 늦습니다. 따라서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취향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깨닫는 데 필요한 전전두엽 피질이 비교적 완숙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성인기 초기가 되어서야 그것이 어느 정도 완성되기 때문에 이때까지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혼란감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우리가 하는 경험은 우리의 시냅스를 계속해서 변화시킬 것입니다. 뉴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을지 모르나 시냅스는 활발하게 변합니다. 이를 가소성, 신경 가소성 등의 용어로 부르며 영어로는 plasticity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른을 이립, 마흔을 불혹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뇌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뇌의 발달 과정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인기 초기가 지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깨닫게 되면 뜻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을 것이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너무나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좌절을 겪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모든 과정이 우리의 뇌에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어내고, 어떤 시냅스는 닫힐 것입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의 불필요한 부분을 쪼아내어 다비드상을 만들어내듯이 우리도 세월의 시험을 거치며 불필요한 곳은 조금씩 덜어내고, 나의 본질이 안에서 밖으로 드러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마흔이 되면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시기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은 예전보다 강해지고, 한편으로는 인지적으로 경직되어 가는 시기가 됩니다.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정해지며 웬만한 일로는 감정에 동요가 일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봐도 예전에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며, 마음이 설레는 일도 줄어듭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던 때와 달리 모든 것에 시큰둥해지며,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통째로 부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함이 아니라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유혹에도 어느 정도 면역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내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나인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을 정해두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자료 : 라마찬드란의 두뇌 실험실(라마찬드란),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브루스 후드),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라마찬드란), 더 브레인(데이빗 이글먼),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 크레이빙 마인드(저드슨 브루어), 습관의 알고리즘(러셀 폴드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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