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자아 Self 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 정체성 Identity | 사회적 비교 | 윌리엄 제임스

RayShines 2023. 6.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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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self )란 무엇일까요,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미국 최초의 실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아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의 총합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사람의 자아는 그가 그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총합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력, 옷과 집, 아내와 자녀들, 조상과 친구, 명성과 업적, 소유지와 말, 보트와 은행계좌까지 그가 소유한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 모든 것들이 그에게 동일한 감정을 준다. 그의 것이 점점 많아지고 번창하면 승리감을 느낀다. 그의 것이 줄어들고 사라지면 버림받고 있다고 느낀다. 비록 정도는 다를 수도 있지만 그가 소유한 것 각각에 대해 느끼는 방식은 모두 같다. (In its widest possible sense, however, a man's Self is the sum total of all that he CAN call his, not only his body and his psychic powers, but his clothes and his house, his wife and children, his ancestors and friends, his reputation and works, his lands and horses, and yacht and bank-account. All these things give him the same emotions. If they wax and prosper, he feels triumphant; if they dwindle and die away, he feels cast down, - not necessarily in the same degree for each thing, but in much the same way for all.)”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가 곰을 봤을 때 무서워서 벌벌 떨게 되는 것이 아니라, 벌벌 떨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는 이론을 제시한 사람입니다. 외부 자극이 있을 때 생리적 반응이 먼저 발생하고, 그것에 따라서 감정이 촉발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무섭기 때문에 덜덜 떨고, 기쁘기 때문에 웃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 것이지요. 이는 마치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자아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있으며, 예상보다 그 범위가 불명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의 자아는 나의 물리적 경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견지에서 윌리엄 제임스가 자아에 대해 한 이야기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우리가 가진 몸과 정신적 능력이 우리를 구성하는 매우 큰 요소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있든, 아니면 정신에 몸에서 비롯되는 것이든, 둘 중 어떤 관점을 취하더라도 두 가지가 우리를 구성하는 매우 주요한 요소이고, 어쩌면 모든 요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윌리엄 제임스는 그 범위를 매우 확장시켜 신체의 물리적 경계뿐만 아니라, 나의 물질절 경계, 그리고 나의 사회적 경계, 그리고 나의 역사적 경계로까지 확장시켰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나와 관계된 것들이 나의 자아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물질적 성취가 매우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시대이지요. 내가 지금 쓰는 시간과 노력이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가치 교환에 그다지 큰 저항을 느끼지 않습니다. 장기적 조망을 갖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내가 가진 물질들이 나의 자아 중 일부를 구성한다는 그의 선언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약간 섬찟하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물질의 부침에 따라 나의 자아도 흔들린다면 아주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나의 자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비중 중에 물리적 요소들의 비중이 추상적 요소의 비중보다 훨씬 크다면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얼마나 넓은 집에 살고, 얼마나 큰 차를 타고, 어떤 시계를 차는지가 나를 매우 강하게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아를 팽창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물질을 얻고자 경주하게 될 것입니다. 성공한다면 자아는 팽창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자아는 위축되겠죠. 그리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의 축적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매우 일부입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합니다.

사회적인 비교는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 요소입니다. 내가 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척박한 환경에 놓인 개체가 생존하는 데 있어 중요했을 것입니다. 최소한 평균 정도를 하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특히 경제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물질의 취득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패닉 바잉, 영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그리고 요새처럼 SNS나 미디어를 통해 개인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과의 직접적 비교가 가능해진 시대에 있어서 사회적 비교는 매우 쉬워지고, 그 영향력은 매우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물질을 많이 축적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일부 구성원들은 낙오되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초조함, 조급함이 여기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남들은 어디에 집을 샀다더라, 이번에 무슨 차를 뽑았다더라, 무슨 주식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더라 하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그것을 그저 중립적 정보로 해석하지 못하고 자아에 대한 상처로 해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난 왜 그렇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이 드는 것이지요. 미디어에서는 항상 기회는 밖에 널려 있으니 평소에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까요. 

 

 

 

우리에게는 추상적 요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이야기했든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물질적인 요소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추상적 요소들, 정신적 요소들, 사회적 요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비교적 단단하게 버티고 나의 자아 중 상당 부분을 구성해주고 있다면 물질적 성취의 부족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CPI와 미 연준의 FOMC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지 못하면 뒤떨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즈음 윌리엄 제임스가 쓴 책의 한 구절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참고 문헌 :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조지프 르 두), 생각한다는 착각(닉 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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