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음주 경험 비율은 고소득층이 높지만, 음주량은 저소득층이 더 높습니다. | 알코올 폐해 역설

RayShines 2025. 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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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겠으나 소득이 높은 집단이 음주 비율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술로 인한 문제는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이를 알코올 폐해 역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사 방법이나 조사 대상에 따라서 많이 다르긴 하겠으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2021년에 실시한 결과를 보면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음주 경험 비율은 증가합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 소득 1000만 원 이상의 경우 음주 경험 비율이 96.8%인 반면, 300만 원 미만의 경우 81.7%였습니다. 15% 차이니 적은 차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 중 술을 마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은 얼핏 우리의 상식과 약간 다른 거 같긴 합니다만, 이것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2015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졸자의 80%가 술은 마십니다. 반면 고졸 이하 학력자들은 52%만 술을 마셨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그 차이가 더 큽니다. 위의 조사는 술을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를 물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음주량은 평가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 질문에서는 맥주 200cc를 마시는 사람과 소주 4병을 마시는 사람이 똑같은 무게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음주량은 이와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소득이 낮은 쪽에서 음주량이 더 많습니다.

미국의 조사 결과를 한 가지 보면 앉은 자리에서 마시는 술의 양은 저학력 그룹에서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저학력 그룹은 고학력 그룹에 비해서 소득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조사에서도 소득이 낮은 그룹의 음주 비율은 낮아도 음주량은 높은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겠으나 소득이 낮은 그룹은 상대적으로 소주를 많이 마십니다.

 

 

 

알코올이 소득에 따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알코올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것이 음주자 자신을 향한 것이든, 가족이나 그 외의 타인을 향한 것이든, 어떤 문제라도 일으키는 문제성 음주의 경우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더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입니다. 아시겠지만 많은 경우 가정 폭력은 알코올과 연관되어 있으며, 경제적 문제가 수반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모든 논의가 소득이 낮은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코올이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소득이 낮은 계층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입니다. 알코올의 장점에 대해서 역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실제로 알코올의 좋은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량의 음주라도 건강에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 정설이긴 합니다만, 알코올이 주는 친교 상의 장점은 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긴 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술을 한 잔 하는 것이 우리를 더 즐겁게 한다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심지어 그런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그 양이 지나치면 어떤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음복을 하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사람들은 술이 우리에게 하기 어려운 말을 하게 하는 용기를 준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술이 없었다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를 술에 취한 채 충동적으로 내뱉게 되는 나쁜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걸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무엇이든 적당히 하면 다 좋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과유불급, 중용, 말로 내뱉기는 쉽지만 삶에서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러니 저런 말들이 만들어진 것이고, 철학적인 주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수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학문의 영역이 될 이유가 많지 않지요. 누구나 갈등하고 현실에서 체화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다 보니 그것이 하나의 학이 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항상 안 좋은 것들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계층부터 무너뜨린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겨울이 좀 춥고, 여름이 좀 더워도 난방비나 냉방비 때문에 마음을 졸이지 않습니다. 교통 요금이나 전기 요금이 오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도 많지 않고, 갑자기 해고를 당해도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버티지 절망감을 못 이겨 매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요새는 마약이 너무나 큰 사회 문제가 되어서 술은 가벼운 기분전환이나 오락을 위한 물질이 되었지만, 누구나 쉽게, 그리고 언제든, 매우 싼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알코올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크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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