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라 그런지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글로벌한 트렌드가 순식간에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요. 역동적이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기중심을 잡기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사람들은 뭔가를 따르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어떤 사조일 수도 있고, 이념일 수도 이고, 유행일 수도 있겠지요. 뭔가를 따르고 그것에 의견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고 매번 스크린을 통해서만 만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든, 아니면 그것을 정의하기 위해서이든 거기에 패셔너블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약자들이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나오면 그것에 대항하는 그 무엇인가가 또 나왔죠.
한창 YOLO(You Only Live Once)가 유행하며 다들 현생을 즐기고 자신의 삶을 플렉스가 할 때가 있었죠. 욜로에 미친 이들이 생겼는지 얼마 전에는 YONO(You Only Need One)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그것과 궤를 같이 하는 안티 플렉스(Anti-Flex)도 생겨났다고 들었고요. FOMO(Fear Of Missing Out)과 FOBO(Fear Of Better Option)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초조함을 대변, 혹은 자극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JOMO(Joy Of Missing Out)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뒤처지는 것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그것이 기쁨이 됐다는 뜻입니다. 헤겔이 다시 태어나면 참으로 기뻐할 것 같습니다. 정반합이 이렇게 빠른 싸이클로 돌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합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싫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안 하는 것 같습니다만 예전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도 있었죠.
새벽에 일어나서 보다 뜻깊고 알찬 하루를 살겠다는 유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체 인구 중 20~40% 정도는 아침형 인간이지만, 20~30% 정도는 저녁형 인간입니다. 나머지는 그 중간 어딘가에 속합니다. 다시 말해 미라클 모닝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 10명 중 2~4명은 태생적으로 미라클 모닝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형 인간은 미라클 모닝을 추구하지 않아도 아침에 잘 일어날 수밖에 없는 DNA를 가진 이들이므로, 미라클 모닝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으로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던 사람들, 즉 저녁형 인간, 일명 올빼미형 인간들일 가능성이 높으니 10명 중 2~4명이 아니라 10명 중 10명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많은 유행과 흐름이 있고, 그것을 만든 이들은 많은 이들이 거기 편승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겠죠. 한창 플렉스가 유행이더니 이제는 언더컨섬션 코어 Underconsumption core 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금을 사용 목적에 따라 분류하여 채워두는 캐쉬 스터핑 cash stuffing 이라는 게 유행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것으로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는 절약을 하는 방법을 컨설팅하는 사업체를 설립했다고 하기도 하고요. 다시 말해 요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면 모두 돈이 됩니다. 설령 사람들 돈을 적게 쓰는 것, “절약하자!”는 모토 아래 모인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위에 미라클 모닝의 예를 보면 알 수 있고, 무작정 쓰고만 살 수도, 무작정 아끼고만 살 수도 없는 것이, 우리 각자 개인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고 타고난 조성이 다릅니다. 내가 저녁형 인간인 것이 거의 분명한데 남들이 다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하는 것이 나에게 이롭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고, 그것에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내 자존감을 훼손할 가능성은 그보다 높아 보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따라가느냐를 결정하기에 앞서 내가 누구냐, 내가 어떻느냐, 내가 어떤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나의 입장은 무엇이냐를 잘 아는 것입니다.
유행을 좇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유행을 좇다가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무엇인가를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그것이 나쁘다고 비난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비판 없이 좇기에 앞서, 남들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하자고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고, 자신을 잘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전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누구인지 잘 알게 되고, 세상에서 내가 어디에서 설 지를 정하고, 그 자리에서 어느 방향을 볼 지를 정하게 되면 내 주변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바람이 불고, 어떤 세기로 어떤 파도가 쳐도 조금 덜 흔들릴 테니 말입니다. 항상 그것이 더 먼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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