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중 “보석”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 뒤 그녀의 비밀을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소설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보석”은 매우 짧은 소설입니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그다지 넉넉지 않은 사정의 한 남자가 매우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그녀는 집안 살림을 꾸리는 솜씨가 정말 뛰어나서 많지 않은 남자의 월급만으로도 풍족하게 생활을 하는 마법을 부립니다. 그녀의 즐거움은 가끔 오페라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극장에 갈 때 몸에 치장을 할 모조 보석들을 사모으고, 그것을 감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추운 날 오페라 극장에 갔다가 폐렴이 걸린 그녀가 사망하게 됩니다. 남자는 그녀의 죽음을 애달파하다가 머리가 온통 하얗게 세버리기도 합니다. 그녀 덕분에 자신의 적은 월급으로도 얼마나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는지 깨닫는 한편, 돈에 쪼들린 그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모조 보석을 팔기로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막상 보석상에 가보니 그녀가 모아두었던 보석은 모두 진품이어서 그는 졸지에 30만 프랑이라는 거액을 상속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6개월 만에 재혼을 합니다. 새로 재혼한 여성은 정숙했지만 까다로운 성격이랑 그를 괴롭혔습니다.
보석은 매우 강렬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모른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모르고 있어 행복하다면 인생은 그것으로 된 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여자는 아마도 오페라 극장에서 만난 부유한 남성들과 외도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비싼 보석을 받았고, 돈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남편과 고급 와인을 즐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 남자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저 자신의 아내가 수완이 좋다고만 여기며 그 생활이 행복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녀가 갑작스레 죽지 않았더라면 그의 행복은 더 오래 유지됐을까요. 그녀가 죽지 않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밖에서 받아 집안으로 들여오는 돈과 보석들로 인해 그와 그녀는 행복했을까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를 모른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를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뭔가를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됩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요. 애당초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그저 없던 문제도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 삼지 않으면 있던 문제도 없는 것이 됩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뭔가를 보기는 하지만 다 보고 있진 않습니다. 우리는 늘 뭔가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뭔가가 완전히 의식화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다룰 수조차 없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들 합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면 된다고들 합니다.
소설 “보석”이 남자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아마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다시 새로운 아내를 만나 재혼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정숙한 여자였지만 그를 들볶았다고 합니다. 이제 그는 행복했을까요? 자신을 기만한 죽은 아내의 보석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새로운 아내를 만났고, 이번 아내는 정숙하지만 죽은 아내와는 달리 자신을 괴롭힌다면 말입니다. 행복은 진실을 아는 데서 오는 것일까요, 아니면 진실에 대해 눈을 감는 것에서 오는 것일까요.
기만당하는 것을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을 기만하면서 살기도 합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말합니다. ‘이 정도면 됐어’, ‘오늘은 괜찮겠지’, ‘누가 알겠어’라고 되뇌면서 스스로를 속입니다. 누군가 저를 속이는 것은 매우 불쾌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속이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괘념치 않습니다. 그냥 다들 그런 것이겠거니 하며 넘어가는 것이지요. 이것을 합리화라고 하기도 하지요. 합리화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 괜찮은 것일까요. 내가 기분 좋기만 하다면 진실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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