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듣던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게 아마 음악의 힘이고, 신비로움이겠죠.
예전에 읽은 글에서 “음악은 공동체적 경험(communal experience)”이라는 말이 기억이 납니다.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며 음악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과 감동을 느끼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내가 잘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 그리고 같은 공간 내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은 연대감을 느끼게 하며 위안을 줍니다.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나만 슬퍼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면서 말입니다. 음악은 우리를 분명 우리를 위로해 주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것이 음악의 힘입니다.
동시에 음악은 매우 개인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음악만큼 트렌드가 명확한 분야가 없지요. 대중음악은 어떤 시기에 집중적으로 소비된 이후에는 아무래도 인기가 사그라듭니다. 아주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들도 있지만 그런 행운을 누리는 곡은 그다지 많지 않지요. 대부분의 음악들이 짧은 시간 화르르 불타올랐다가 이내 꺼집니다. 이런 대중음악의 속성이 우리의 일화 기억에 녹아들면 매우 특별한 일이 발생합니다. 어떤 시기에 무척이나 유행한 음악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듣게 되면 마치 그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과 느낌을 받게 되니까요. 이런 형태의 시간 여행은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때 있었던 기분 좋았던 일, 슬펐던 일, 서운했던 일, 반가운 일이 떠오르면서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도 합니다. 그때 만나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그저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특정한 장소의 분위기와 온도, 냄새까지 생각나기도 합니다. 요새 유튜브에는 연도와 장르를 검색하면 그때 유행하던 음악들을 믹싱해서 올려둔 영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 그런 채널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 그때는 자주 들었지만 최근에는 까맣게 잊고 있던 음악들을 다시 듣게 되기도 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내가 나인 것은 내가 지금까지 내 안에 쌓아왔던 기억들 때문입니다.
나와 DNA가 완전히 같은 일란성 쌍둥이, 혹은 복제인간이 있다고 해도 둘의 경험은 다를 것이기 때문에 다른 개체가 됩니다. 한 인간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사람이 어떤 시기에,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염기 서열이나 이름이나 외모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죠. 외양이 완전히 같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 내부의 것은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특히 기억이 그렇고, 추억은 더 그럴 것입니다. 그저 우리가 뇌에 저장하고 있는 정보를 기억이라고 한다면, 추억은 감정으로 색칠된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억보다 추억은 조금 더 개인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 나오는 가사처럼 “추억은 다르게” 적힙니다.
내 안에 쌓여있는 추억에 우리는 아주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Control+F를 눌러 검색어를 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그런 엄청난 속도의 검색 기능이 있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잘 할 수 있지요. 한편 어떤 기억, 혹은 추억은 우리 뇌의 서랍 아주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말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단서가 주어지면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마법처럼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그런 마법의 열쇠 중 하나가 음악인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의 전주만 들었는데도 갑자기 그 음악을 들으며 걷던 거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과의 약속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기분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고, 놀라운 일이기도 하죠.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음악을 적게 듣는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도파민 분출이 왕성한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듣던 음악을 평생 듣는 경향이 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때 유행하던 장르에 평생 꽂혀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아마 그런 것 같고요. 그게 아마 제 추억이고, 감정적 자산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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