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언의 모순

인간들이 만들어낸 격언들을 한 곳에 모은 뒤 차근 차근 읽어보면 그 중 상당수가 정반대의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서로 모순되는 격언들 투성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모두 격언, 속담, 잠언이라는 카테고리 아래에 묶여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는 인간이 서로 모순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한 인간이 모순된 행동을 하든, 아니면 모순된 행동을 하는 여러 인간이 있든 말이다. 인간 행동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넓어서 동료를 위해 수류탄에 몸을 던지는 군인도 있는 반면, 자기 이득을 위해서는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인간들도 있다. 같은 종에 속한 구성원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모순된 행동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고, 그 와중에 정말 신기한 것은 양극단 모두 적응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황에 맞춰 따라야 하는 권고나 규약이 크게 달라짐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처한 상황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행동을 달리해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상황이 변화해도 같은 행동만을 고집하는 것은 사회적이지도 적응적이지도 않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모순적인 인간의 행동을 다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지만, 모순과 불확실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