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이 일반화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시장이 더 커지면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감각도 외부 장치에 의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게 된 이후 아침에 일어나서는 체중, 체성분, 혈압을 측정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어제 잘 잤는지 수면 기록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조금 이상한 일이지요. 스마트워치가 없던 시절에는 잘 잤으면 그냥 잘 잤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는데, 요새는 어제 잠드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나 깬 횟수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컨디션보다 스마트워치가 알려주는 스코어를 더 믿는다고 하기도 합니다.
활력 점수가 낮은 날은 스스로 느끼기에 힘이 넘친다고 해도 운동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입니다. 내가 스스로 나의 몸에 대해서 느끼는 것보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측정해준 점수를 더 믿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지요.
그뿐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기억도 외주를 합니다. 예전에는 다 외워야만 했던 정보들을 이제는 스마트폰이 전부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암기하고 있으면 좋았던 정보들을 이제는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데 왜 굳이 외워야 하나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들보다 클라우드에 올려져 있는 정보들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지식에 접근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열어서 터치를 합니다. 에전처럼 머리 속을 더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더 깊숙히 침투할수록 우리는 과거 우리가 그저 본능적으로 해왔던 많은 일들을 외부 장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과거 행적을 학습한 알고리듬이 우리의 기분을 예측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서 우리에게 어떤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AI가 내리는 내 기분의 평가와 거기 맞춤된 제안이 잘 맞아들어가기 시작하면 전후가 바뀌기 시작할 것입니다. 원래는 내 기분이 먼저이고, 그것에 맞춰서 내가 내 기분을 조절하기 위한 뭔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AI가 내 기분이 이럴 것이라고 예측하고, “니 기분은 ~~~ 하니, 넌 지금 떡볶이가 땡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내가 지금 그렇구나 하면서 떡볶이를 배달시키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런 피드백 고리들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까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전 우리가 갈수록 우리 자신의 감각과 기억과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지식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늘 스마트폰을 찾아봐야 하는 의사, 레시피가 긴가민가해서 매번 태블릿을 스와이프하는 셰프, 법전의 주요 사항을 외우지 못해 매번 AI에게 물어봐야 하는 변호사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아마도 전문가답지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렇게 된다면 전문직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것임에 분명할 것이지만 말입니다.
인간이 기계나 AI와 다른 것은 감각과 경험을 하며, 그것을 세상에 물리적인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마 후자는 피지컬 AI가 발전하면 따라잡히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만. 전자의 경우에는 상당 기간 인간 고유의 기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가상 현실을 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지점부터는 인간이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지금 딥 페이크는 사실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결국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인간의 삶이 아니었습니까.
인간의 감각, 경험, 그리고 기억은 원래 왜곡되기 쉽습니다. 원래 불완전한 매체라고 봐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거기 의존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불완전성을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우리를 더 완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인가요, 아니면 우리를 지금보다 더 철저히, 그리고 더 완전히 외부에 의존하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인가요.
세상이 디지털 기술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깊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체성을 대여하는 시대 (34) | 2025.12.29 |
|---|---|
| 마인드와 소울, 정신과 영혼.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64) | 2025.12.22 |
| 여러분은 개인의 탓부터 하시나요, 시스템의 탓부터 하시나요? (58) | 2025.12.15 |
| 성격은 4개인가요, 12개인가요, 16개인가요? (66) | 2025.12.12 |
| 여러분은 AI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십니까? (56) | 202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