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격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 개인에게 매우 고유한 특질이기 때문에 성격을 이용해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 지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성격은 정말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그냥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순하게 정리해 버릴 수 있지만 성격 자체가 매우 역동적인 개념인 동시에 내외부의 영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성격이 어떤지 너무나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도구들을 고안해 냈습니다. 과거에 조금 원시적인 시절에는 그 사람이 태어난 날짜를 가지고 그 사람의 성격을 규정지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띠가 있지요. 그래서 범띠는 어떻다, 양띠는 어떻다, 범이랑 양은 결혼하면 안 된다는 등 여러 가지 미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습니다. 서양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양에는 별자리가 있지요. 그래서 어떤 전갈자리는 어떻고, 쌍둥이자리는 어떻다는 역시 미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죠.
그 이후에는 혈액형을 가지고 그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이상한 일이죠. 그래도 띠나 별자리는 12개 정도는 되는데, 혈액형은 전부 4개뿐이니 인간의 성격을 분류하는 카테고리의 숫자 자체가 오히려 3분의 1로 줄어들었으니까요. 그러나 혈액형은 여전히 우리가 인간을 분류하는 강력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고, 소개팅을 하는 형태의 미디어에서 출연자들이 상대의 혈액형을 묻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핫해진 것이 MBTI였죠.
원래 MBTI는 칼 G. 융의 내놓은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융은 인간에게는 성욕과 권력욕이라는 지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욕이 강한 사람은 외부로, 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내부로 에너지가 향한다고 생각했습니다. MTBI로 보자면 E와 I지요. 그리고 융은 인간은 감성이 발달한 사람과 이성이 발달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T와 F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융은 감각과 직관으로 인간을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N과 S입니다. 그리고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융의 개념 위에 P와 J를 추가해서 총 16개의 조합이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MBTI의 M이 마이어스, B가 브릭스입니다.
12개이던 인간의 성격이 4개로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16개로 늘어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MBTI에 대한 사람들의 맹목적 믿음이 너무 강해지면서 사람을 16종류로 분류하는 것도 모자라, 진영논리까지 생기며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이른바 “너 T야?” 이지요. 전 처음 이 말이 쓰인다고 했을 때 이것이 감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비난인 동시에, 특정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감정적으로 무능하다고 폄하하는 행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인간의 성격은 16개 분류보다는 더 복잡하고 오묘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성격이 절대 변화할 수 없는 고정적인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 인간은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특성 심리학자라고 부릅니다.
반면 인간의 상황의 영향을 너무나 크게 받기 때문에 타고난 성격보다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상황 심리학자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이 둘 다 아니다, 인간의 성격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는 성격적 특성과 그 사람이 놓여진 상황의 상호 작용에 따라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세 번째가 가장 그럴듯한 이론일 것입니다. 매우 내향적인 인간도 반드시 해야 할 때는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외향적인 인간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체계적인 사람도 무작위적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무계획적인 사람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상의 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인간의 직관이나 감각 하나에만 따르지 않으며, 어떤 인간도 이성과 감정 중 하나만 갖지 않습니다.
성격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한 대상으로서 작용하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상대방을 어떤 카테고리에 억지로 욱여넣을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나에게 중요한 누군가를 어떻게 이해할지 더 깊이 고민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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