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여러분은 AI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십니까?

RayShines 2025. 12.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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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를 쓰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정말 큰 차이가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챗봇이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은행앱에 있는 AI 상담은 그저 질문을 필터링해서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앱 내 경로 정도를 알려주는 것 이상은 하지 못하죠. 처음에 나왔던 챗봇도 그랬습니다. 그저 판에 박힌 답변만 했었고 사람들은 금방 질려버렸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Chat GPT가 처음 나온 대화형 AI는 아닙니다.

 

1964년에 조셉 와이젠바움은 엘리자 Eliza 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을 고안해 냈습니다. 엘리자는 영어 문법의 규칙에 입각하여 중요한 문장이나 구문을 분석하고, 이것이 어떤 문맥으로 사용되었는지 포착하여 이후 입력된 문장을 이에 대한 답변처럼 보이도록 조금 바꿔 내놓는 방식이었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문법이라는 규칙에 따른다는 것, 그리고 그 규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순열이라는 것에 착안한 방식이었습니다. 지금의 생성형 AI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결국 한계를 드러냈고 오랫동안 대화형 AI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Chat GPT가 나왔고, 이제는 Gemini 3.0이 Chat GPT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Chat GPT, Perplexity, Gemini를 모두 사용해 봤고 지금은 Gemini를 주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AI를 쓰는 방식이 약간 놀라웠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좋은 놀라움이 아니라 나쁜 쪽, 그러니까 일종의 우려였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이슈가 생기면 A라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AI에게 묻고 답변을 그대로 가져다 공유합니다. 그러면 그것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은 B라는 사람은 그걸 다시 AI에게 묻고 그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공유합니다. 여기서 사람 A와 사람 B의 역할은 AI에게 어떤 질문 - 아마도 깊이 고민하지 않은 질문 - 을 하고 생성된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퍼 나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유 버튼을 누르는 것, 리트윗 버튼을 누르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지요. 마치 내 AI가 똑똑한가, 니 AI가 똑똑한가 컨테스르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촌극은 두 사람이 같은 AI를 이용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것이겠고요.


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아무런 비판 없이 사실로 믿고, 자신의 의견을 전혀 가지지 않은 채 누군가 “그거는 이렇다더라”는 것을 마치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늘 있어왔습니다. AI 사용이 일상화된 이후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이런 사람들의 비율이 더 늘어난 것은 AI가 잘 포장된 형태로 “답변”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검색이라는 것을 하고 이 문건, 저 문건을 읽어본 뒤 그것을 머릿속에서 조합하고, 앞뒤 문맥이 맞는지를 살피고, 전체적 내용이 정합적인지, 논리적으로 합치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그래도 어느 정도 필요했습니다. 그것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었고, 그 경우 논리적 결함이 금방 드러났기 때문에 그런 의견은 아무도 채택하지 않게 되어 자연스럽게 퇴출됐습니다.

 

그런데 Chat GPT나 Gemini는 완전히 패키징된 형태로 지식을 전달합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완결된 하나의 문건으로 착각하기 딱 좋습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해야 했던 내용 정리를 인공지능이 전부 해주니 우리는 이제 우리가 했었던 최소한의 가공조차 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터를 그냥 쏟아내고, 일부 사람들이 거기서 정보를 추출해 내고, 그보다 더 적은 이들이 거기서 지식을 압출해 내고,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거기서 지혜를 정제해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앞의 3단계를 모두 AI가 해버립니다. 최소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AI가 얼마나 많은 말이 안 되는 답변을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눈으로 보기에 깔끔하고 예쁘게 정리된 “지식처럼” 보이는 답변을 한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것을 지식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자임합니다. 이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AI는 잘 이용하면 정말 막강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면 우리는 그저 지식이 담긴 것처럼 보이는 수레를 끄는 인력거꾼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분명 인공지능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줄 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많은 이들에게는 족쇄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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