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우리는 왜 퇴근 후 치맥을 할까요? | 자아 고갈 Ego Depletion | 우리의 의지가 털리는 이유

RayShines 2023. 2. 21. 00:00
반응형

우리의 의지력은 무한한 자원이 아닙니다. 우리의 의지, 우리의 자아 역시 고갈됩니다. 이를 자아 고갈 Ego Depletion 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며 생물학적 위계에 정점에 스스로를 올려둔 이유 중 하나는 동물적인 본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캔, 힘든 야근을 끝낸 뒤 치킨, 잠들기 전 초콜릿 아이스크림, 이 모든 유혹에서 늘 승리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emtpy tank
우리의 의지력은 고갈됩니다.

 

 

우리가 흔히 욕구를 조절할 때 쓰는 것이 인지적 능력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동물적 욕구와 충동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자원이 인지적 능력입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충동이 들 때 우리는 그 행동의 결과가 자기 자신, 자신의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하며 충동을 참습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말초적 쾌락이나 파괴적 충동으로 흐르는 자기 자신을 그럭저럭 통제합니다. 늘 성공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이를 인지적 통제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담당하는 부분은 아마도 우리의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이 수행하는 고위 기능들 대부분이 여기서 나온다고 학자들은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적 자원 역시 고갈됩니다.

하지만 아시겠지만 우리의 인지적 자원은 쉽게 고갈됩니다. 너무나 피곤할 때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거나, 과음을 하거나, 다이어트 중인데도 초코바를 먹고 있는 경험을 누구나 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의 전전두엽 피질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뻗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치 컴퓨터의 CPU나 스마트폰의 AP같죠. 새롭게 개발된 고성능 CPU나 AP가 탑재된 기기들이 출시되었을 때 늘 한 번 정도 나오는 논란이 발열 이슈입니다. 고성능이라는 것은 단위 시간 내에 더 높은 클락수를 낸다는 것이고 당연히 그에 따라 열이 발생할 것입니다. 너무 과한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시스템 전체가 망가질 위기에 빠지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스로틀링이 걸립니다. CPU가 자체적으로 클락수를 줄여서 온도를 떨굽니다. 당연히 그 와중에 성능 저하라는 비용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를 자아 고갈 ego depletion 이라고 부르는데 로이 바우마이스터 Roy F. Baumeister 라는 학자가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합니다.

 

 

인간은 깨어있는 시간 중 평균 3~4시간은 무언가를 참는 데 쓴다고 합니다.

에이미 안스텐 Amy Arnsten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통제가 불가능한 스트레스는 강도가 약하더라도 전두엽의 인지능력을 급격히 떨어드린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통제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통제가 가능한다면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지요. 회피하거나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하면 누가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스트레스의 대부분의 의무나 강제에서 오거나, 예측할 수 없는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가석방 심사 심의위원회의에서 가석방을 받은 확률을 조사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직후 수감자가 가석방을 받을 확률은 65%까지 올라갔지만, 반대로 위원회가 끝나갈 무렵에는 20%까지 내려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주기적으로 질문을 해서 피험자들의 욕망의 정도를 분석해보았던 연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욕망에 자주 저항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후속하는 욕망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더 쉽게 굴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깨어 있는 동안 유혹과 욕망을 피하는 데 쓰는 시간에 하루에 평균 3~4시간이라는 결과도 있습니다. 잠자리에 드는 여덟 시간을 뺀 열여섯 시간 중 많게는 25%를 뭔가를 참는 데 쓴다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 뇌의 고위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전두엽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억제입니다. 뭔가를 하게 하는 동기 부여가 아니라 뭔가를 하지 않게 하는 억제에 자원 중 큰 비중이 할당되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 억제력, 자제력, 어떤 용어를 쓰든 관계없이 당장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참는 능력은 정신의 근육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근육이 털렸다는 표현을 쓰지요. 근육이 더 이상 운동을 수행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의미일텐데 우리의 의지도 털리는 순간, 즉 완전히 고갈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의지는 제한된 자원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자아가 고갈되면 우리 내면의 짐승이 고개를 듭니다. 

 

 

의식적으로 의지력 탱크를 충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력을 채우는 탱크가 있다면 그 용량이 하루치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루 자고 일어나야 탱크가 다시 채워져 있다는 의미일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치맥을 하는 이유도, 사소한 것으로 배우자와 다투는 이유도 우리의 의지력 탱크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마다 탱크의 크기가 다르긴 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힘든 일을 하면서 양육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음식과 설거지도 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도 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그 중 한 가지도 완수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개인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타고 나길 작은 탱크를 타고 났다면 그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가능하면 탱크를 자추 채워넣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으니 자주 휴식을 취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하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일들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 나아질지 모르겠습니다.

 

참고 자료 : 크레이빙 마인드(저드슨 브루어), 더 브레인(데이비드 이글먼),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브루스 후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