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검색 엔진은 지난 20년 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OpenAI와 MS 연합군이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초당 100,000건의 웹 검색을 수행하며, 매우 연관성 높은 링크들을 내놓습니다. 구글은 검색 엔진에 붙는 광고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색 결과의 정확도로 인해 사용자들은 계속 해서 구글을 사용해왔으며, 다른 검색 엔진을 다 합쳐도 점유율이 10%채 되지 않습니다.
"I googled it." 구글은 동사로 쓰입니다. 구글에게는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네이버 영어 사전에 google을 찾아보며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동사
1. 구글로 검색하다
[VN] You can google someone you’ve recently met to see what information is available about them on the Internet.
최근에 만난 사람에 대해 인터넷에 어떤 정보가 나와 있는지 알아보려면 구글로 검색해 볼 수 있다.
광고주들은 구글에 싣는 광고에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관련성 높은 광고로 인해 그만큼 클릭수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구글의 광고 매출은 2011년 이후 매년 20%씩 증가했습니다. 이 시기에 구글이 올린 광로 수입만 3000억 달러이며, 구글의 시총은 1.3조 달러에 달합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구글은 굳이 혁신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말입니다.
ChatGPT를 두고 빌 게이츠는 인터넷이나 PC의 등장만큼이나 중요한 기술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구글에 검색했던 것을 ChatGPT에 물어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구글에게 밀려 컴퓨팅 비즈니스의 2인자로 전락한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와 파트너가 되어 구글의 앞마당으로 쳐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1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ChatGPT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인 Bing에 탑재되었습니다.
봇들의 전쟁이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챗봇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광고 수익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검색 엔진 업계는 혼란기였습니다. 홈페이지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엄청난 양의 정보는 쌓여갔지만 사람들이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졌습니다. 때마침 등장한 알타비스타와 야후는 검색을 한결 편리하게 해주었습니다. 1998년에 등장한 구글은 검색 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뒤바꾸었습니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은 논문의 인용 방식과 비슷합니다. 많이 인용된 논문일수록 좋은 논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은 여기 착안하여 다른 홈페이지에 많이 링크된 사이트가 검색어와 관련성이 높은 사이트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검색 결과를 산출합니다. 검색어와 연관성이 높은 사이트의 목록이 뜬다는 것은 그만큼 광고의 효과도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ChatGPT는 문장 내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ChatGPT가 사전에 인터넷에 산적해있는 수백만 개의 텍스트를 분석하여 “large language model“를 구축해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GPT의 P는 Pre-trained, 사전에 훈련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구글에 검색어를 넣으면 링크의 리스트가 뜨고 하나하나 들어가서 수백 줄의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ChatGPT는 줄글로 설명을 해주고, 더 많은 정보를 원할 때는 추적 질문을 하면 됩니다.
챗봇은 환각 hallucination 을 내뱉습니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 검색 엔진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도 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와의 파트너쉽이 구글을 따라잡을 절호의 찬스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ChatGPT의 단점을 수정한 머신을 곧 출시할 것입니다. 현재 ChatGPT의 버젼은 3.5이며, 2021년 이후의 정보는 학습하지 않은 버젼입니다. 그래서 오늘 날씨 같은 것을 물어보면 사과를 하며 답변을 회피합니다. 하지만 빙에 탑재될 AI는 그렇지 않습니다. 빙은 관련 정보를 수합하고, 그 정보를 다시 검색에 사용한 뒤 유창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AI계에서 hallucination, 환각이라고 불리우는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ChatGPT같이 사전에 large language model을 구축하는 인공지능은 말을 마구 지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챗봇은 자신이 산출해내는 내용의 진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그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쓰레기인지 전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를 컴퓨터 사이언스에서는 환각 hallucination 이라고 부릅니다. 챗봇을 단순히 재미로 이용한다면 내용이 조금 틀려도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고 무해합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면 인공지능 챗봇의 이런 단점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출시됐던 메타의 갤럭티카 Galactica 는 과학적인 오류를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 때문에 시장에서 철수됐습니다.
최신 정보를 학습시키면 환각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빙의 Large language model에 최신의 정보를 학습시키자 환각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챗봇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공백을 채워넣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학습한 데이터들이 끝난 이후의 정보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챗봇이 내놓은 답변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학습시키는 방식, 혹은 시스템에 기억을 추가하여 대화로부터도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방식, 그리고 정보를 얻은 소스의 링크를 첨부하는 방식 등으로 이런 환각의 문제에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화형 검색 챗봇은 수익성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화형 검색의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ChatGPT에 검색어 하나를 넣어서 구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2센트, 우리 나라 돈으로 25원 정도로 구글 검색의 7배 가량입니다. 그리고 구글 검색의 10%가 AI가 내놓는 줄글 방식의 결과로 대체될 때마다 그 답변의 길이에 따라 7억 달러에서 116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2022년 구글의 총 영업 비용의 1~14%에 달하는 비용입니다.
대화형 검색은 광고 매출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대화형 검색의 광고 매출도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 검색 중 80% 정도는 광고 매출이 그다지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검색은 주로 정보형 검색인데 예를 들자면 한국의 수도가 어디냐는 질문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은 챗봇에게 물어보기 최적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이라는 답변에 어울리는 광고를 게재하고 싶은 광고주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대화형 검색 챗봇에서 광고 매출이 발생하려면 사이트 주소를 찾아서 웹서핑을 하게 만들고, 상업적인 사이트에 더 오래 체류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다른 한 가지 매출 방식은 구독형 서비스로의 전환입니다. ChatGPT는 월 20달러의 사용료를 내는 사용자에게는 사용자의 수가 가장 많은 피크타임에도 반응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OpenAI는 다른 회사들에게 라이센스를 빌려줄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돈은 역시 광고 수입에서 나옵니다. 대화형 검색에 광고를 붙이려면 광고가 매우 신속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한 가지 대안은 광고를 적게 디스플레이하는 대신 광고 단가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하와이의 호텔에 대해서 물었을 때, 더 높은 광고 단가를 지불하는 호텔의 이름을 먼저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구글이 그리 쉽게 무너질까요?
하지만 구글이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입니다. 구글은 10년 넘게 인공지능 관련 기초과학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리고 구글도 Bard라는 이름의 챗봇을 내놓았습니다. Bard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우리 태양계 밖의 행성 사진을 첫 번째로 찍었다는 거짓말을 하여 지적을 받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은 자신들이 OpenAI에 비해 늦은 것은 “챗봇이 거짓정보를 양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구글이 현재 점하고 있는 우위는 엄청납니다.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한 구글의 웹브라우져인 크롬은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의 3분의 2가 사용합니다.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95%가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사용합니다. 구글은 사파리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애플에 $150억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그리고 사파리는 전세계 사용자의 19%가 사용하는 웹 브라우져입니다.
구글이 반독점에 대한 규제를 높이고 있는 정부의 눈초리를 피해가며 20년 이상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검색 엔진 분야에서의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구글은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I googled it처럼 I binged it이라고 말하는 날이 올까요.
출처 : economist
본 포스팅의 목적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일 뿐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글의 내용에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로만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