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어리석은 자들이 자기 확신에 차 있는 이유 |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 의심에 빠져 있는 이유 |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e |

RayShines 2023. 3.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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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들과 광신도들은 확신에 차 있고, 현명한 자들은 의심에 차 있다는 것이 이 세상의 문제이다.”

“The whole problem with the world is that fools and fanatics are always so certain of themselves, but wiser men so full of doubts.” 이 말은 버트런드 러셀이 한 말입니다.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e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성과 성취를 저평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극단적으로 아인슈타인도 그랬다고 합니다. “내 필생의 업적에 대한 과장된 평가는 나를 아주 아프게 만든다네. 나는 마치 내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기꾼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물론 성공을 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성과를 겸양의 미덕 이상으로 자신의 성과를 저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성공을 떠벌리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도 많지요. 특히 요새는 SNS 때문에 성공을 자랑하는 것 자체가 돈이 되는 세상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말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습니다. 왜 더 지적이고 더 현명한 사람들은 늘 자신의 의견이 틀렸을지 모른다고 의심을 하는데, 그보다 덜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런 일이 아주 중요한 영역에서 벌어진다면 대단히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신을 맞아선 안된다든지, 아이들에게 약물 치료를 해서는 안된다든지, 지구가 평평하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차분하고 건조하고 논리적으로 과학적, 통계적 사실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보다 피켓을 들고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들의 의견이 정책에 더 크게 반영되는 일도 있습니다.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똑똑한 사람이 자신에게 잠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가장 효과적 전략 중 하나는 최대한 경계하고 적개심을 갖는 것이겠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일단 조심하고 보는 것입니다.
 
반면 인간은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에게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더 신뢰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래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배심원들은 위축된 증인보다 자신감 있는 태도의 증인의 말을 더 신뢰한다고 합니다. 증언의 내용과 신빙성보다는 태도에 더 끌리는 것이지요.
 
집단의 리더는 그 집단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리더쉽, 통솔력이란 IQ가 아니라 자기 확신에 더 가깝습니다. 자신의 결정에 갈팡질팡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날 믿고 따르라는 사람을 우리는 더 신뢰합니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할 때 누군가 결정을 내려주면 그냥 덮어놓고 그것을 따르는 경우를 우리는 가끔 봅니다. 인간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기 두려워 그것을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정으로 인해 부정적 결과가 발생했을 때 탓할 곳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똑똑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자신만만한 것을 자주 봅니다.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똑똑한 사람보다 더 자신만만하게 행동하는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 Dunnng-Kruger effect라고 합니다. 학창 시절에 보면 공부를 가장 잘하는 친구들은 늘 자기가 시험을 못 봤다고 침울해하는데, 오히려 성적이 낮은 친구들은 자기가 다 맞은 것 같다고 떠벌렸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결과는 늘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이 잘하고 못했던 친구들이 못했죠. 이것이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슬프게도 지능이 높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고, 어떤 일에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 자체도 높지 않다고 합니다. 내 지적 능력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능력입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인간은 자신의 지성을 뛰어넘는 지적 영역을 인지할 능력이 없습니다.
 
인간의 지능은 분명 타고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적 기량은 타고난 것뿐만 아니라 꾸준한 학습과 자기반성, 그리고 기존의 지식들과 새로운 지식들 사이의 활발한 연계를 통해서 연마됩니다. 그래서 지적 기량은 IQ가 아니라 장기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다 지적인 사람들은 덜 지적인 사람들에 비해 새로운 것을 꾸준히 습득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자신이 모르는 것이 아주 많으며, 앞으로 배워야 할 지식들이 무한대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뭔가를 결정할 때 자신의 무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확언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할 수 없는 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전체라고 생각하고 그 한정된 정보에 근거해서 자신이 도출해 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며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반향실 효과와 거짓 합의가 또 다른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발생하는 것이 반향실 효과 echo chamber effect 입니다. 반향실에 들어가면 내가 낸 소리가 그대로 나에게 돌아옵니다.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내가 낸 의견은 사실 내 것이 아니라 그 커뮤니티의 성격에 부합하는 의견, 이미 필터링된 의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것은 그 의견이 옳다는 피드백들 밖에 없습니다. 갈수록 난 더 내 의견이 맞는 것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더 똑똑한 사람들의 주변에는 자기 의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 근거하여 세상을 봅니다. 이를 거짓 합의 false consensus 라고 합니다. 따라서 똑똑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따라서 안 그래도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많은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쏟아지는 변수의 홍수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꽉 차 있을 것입니다. 그런 세상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니요, 말이 안 되는 일이겠지요.
 
 
 
2023.02.20 - 거짓 합의 False Consensus 란? |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 DMN

거짓 합의 False Consensus 란? |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거짓 합의 - false consensus -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간이 타인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입각해 추론한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의견이나 믿음이 타인들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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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자기 확신이 개인의 삶에 국한되면 그것은 단순한 우로 끝날 것이며 그 영향력도 자신, 그리고 아주 가까운 가족들에까지만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개인의 비이성적인 자기 확신이 낳는 부정적 결과는 아주 멀리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참고 서적 : <뇌 이야기(딘 버넷)>,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근시 사회(폴 로버츠)>,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사 펠드먼 배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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