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의학 논문 조작, 표절 문제 | 중국의 사기 논문 공장 Paper Mill | 알츠하이머 치매 | 아밀로이드 판 논문 조작 논란

RayShines 2023. 3. 12. 00:00
반응형

2월 25일 자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로 의학 논문의 조작, 표절의 문제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는 내용입니다.

 
2011년 멜버른의 모나쉬 대학의 벤 몰(Ben Mol)은 이집트에서 쓰여졌던 자궁근종(fibroid)에 대한 논문이 철회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스페인에서 쓰여진 용종(polyp)에 대한 논문에서 질병의 이름만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 벤 몰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조작된 논문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만 들어도 정말 충격적입니다. 의학 논문은 그 어떤 논문보다 엄밀하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벤 몰은 지금까지 750개 이상의 저널에 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며, 조사를 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철회된 논문의 숫자는 80개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중 대부분이 시스테믹 리뷰(systemic review) 논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시스테믹 리뷰 논문은 기존의 연구들을 총정리하여 실제 임상에서 쓰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환자들이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지요. 그 예 중 하나가 제왕절개수술을 받기 전인 산모에게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것이 신생아의 호흡 곤란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가 신생아의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논문이 2018년 근거 중심 의학은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코크란(Cochrane)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몰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이 리뷰에 실린 연구들 중 3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2021년에 코크란은 해당하는 3개의 연구를 배제한 논물을 다시 개제했습니다. 
 
몰 박사와 같은 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조작된 논문의 목록을 제공하는 홈페이지인 "Retraction Watch"에 들어가면 현재 39,000개의 조작논문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19,000개가 의학 관련 논문입니다. 
 
 
 
https://retractionwatch.com

 

Retraction Watch

Tracking retractions as a window into the scientific process

retractionwatch.com

 
 
 

조작된 논문의 근원지는 두 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상 시험 논문을 양산해 내는 개인 혹은 집단으로부터 나오는 논문입니다. 몰 박사가 찾아낸 부당한 논문들이 대부분 여기 속합니다. 두 번째는 주로 세포분자생물학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의 논문들로 금전적 대가를 받고 논문을 대신 써주는 논문 공장 - 영어로는 paper mills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 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당연히 이 논문들은 기존의 논문들을 표절하고 유전자의 이름이나 질환명을 다른 것으로 뒤바꾸는 식으로 조작되어 발표됩니다. 
 
Retraction Watch Database에 따르면 철회된 19,000개의 논문들 중 25% 이상이 200명의 저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사기 논문을 양산해 내는 저자들 중 상당수는 저명한 대학교나 병원들의 시니어급 과학자들이라고 하네요.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은 학자들이 논문에 대해 가지는 부담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긴 논문의 목록을 가지고 있어야 승진할 수 있고, 이직을 할 때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논문의 결과는 애매하게 나옵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명쾌하고 아름답게 딱 떨어지지 않죠. 그리고 많은 저널들이 긍정적 연구결과(positive result)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부정적 연구결과(negative result)가 나오는 경우 학자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긍정적 결과의 논문을, 비록 그것이 사기일지라도 다량으로 쏟아내는 저자들은 해당 분야에서 선도하는 전문가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논문 조작이 밝혀지더라도 조작을 주도한 시니어급 저자들보다는 여기 협조한 주니어급 저자들의 학문적 인생이 완전히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중국은 논문 공장이 산업화된 국가라고 합니다. 실제로 논문 공장에서 나온 논물들의 대부분에 중국 저자들이 참여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제출되는 논문의 20%가량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중국인 저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20%의 논문이 철회되는 논문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70개국 이상에서 조작된 논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국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논문 조작 국가
철회 논문 중 각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우리 나라도 일곱번째에 올라와있네요.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중국이 1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논문 조작, 표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판(amyloid plaque)에 관련하여 미네소타 대학의 실베인 레스네(Sylvain Lesné) 교수가 개제했던 논문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었습니다. 해당 논문에 실린 이미지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또한 다른 학자들이 2006년 네이쳐지에 실린 레스네 교수의 논문 결과를 재연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 역시 의혹을 더 짙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알츠하이머 병 치료의 메가 트렌드를 이끈 논문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조작되었고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진 알츠하이머 병 관련된 연구, 치료제 개발 등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2022년 7월 네이쳐지는 이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고 발표하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조작 논문이 실리더라도 그것을 모두 찾아내기 어려운 것은 저널들이 이와 관련하여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통계수치와 관련하여 그 오류를 찾아낼 정도의 전문가를 고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논문은 출간을 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조작 논문인지 조사하는 것은 수익원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논문출판사들은 사기 저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것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과학이 미신과 다른 것은 자기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은 자신이 세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동료들의 검증(peer review)을 거친 뒤 논문의 형태로 세상에 발표하는 형태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발표된 의학 논문들은 광범위한 환자들에게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한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사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 전대미문의 논문 조작 사건이었을 것이고, 당시 외신들은 이처럼 야만적인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느냐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제출되는 논문들을 해외 저널들이 색안경을 끼고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 사태를 아직도 깊은 상처로 느끼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만약 지식이 문제를 만들어낸다면, 무지는 그것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한 말입니다. 무지보다 나쁜 것이 잘못된 지식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타고 지식이 퍼져나가는 속도와 범위를 생각한다면 지식들 생산해 내는 자들은 그것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참고 자료 : economist
 
본 포스팅의 목적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일 뿐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글의 내용에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로만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