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 Out of Sight, Out of Mind | 과학적 이유 | 사랑이 무엇일까

RayShines 2023. 3.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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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을까요. 

 

사랑은 마법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 감정이 발전하여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어떤 마법적인 힘이 작용한다고 믿습니다. 소울 메이트, 운명, 평생 단 한 번뿐인 사랑 등 그런 감정을 일컫는 멋진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그런 말을 합니다.

 

“This kind of certainty comes but once in a life time.”

 

우리에게 다가온 사랑을 이상화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렇게 절절한 사랑을 만날 수 없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마음속 깊이에서 사랑하는 대상과의 깊은 결속감을 느끼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느끼는 것처럼 느낀다고 표현한 것은 그 모든 것이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음속 깊이에서 사랑하는 대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 자신과 상대방의 저 깊이에 내면이라는 것, 즉 우리가 정말 누구인지 알려주는 본체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은 나는 잘 모르지만 나의 본체가 상대방도 모르는 상대방의 본체를 알아봤고, 그 둘 사이에 연결이 이루어진 결과라는 낭만적인 해석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의 내면 저 깊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만약 우리에게 그런 깊이라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있다고 믿는 일관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그리고 자아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 소통하며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생각은 존립할 수 있는 것일까요.

 

유명한 실험이 두 개 있습니다.

 

1962년 미네소타 대학에서 한 실험입니다. 피험자들에게 아드레날린, 즉 에피네프린을 주입해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흥분된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실험에 앞서 대기하는 대기실에 실험자들과 미리 짠 연기자가 들어갔습니다. 그 연기자는 기분이 좋은 연기를 하기도 하고, 분노한 연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기분 좋은 연기자와 있었던 피험자들은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행복감으로 해석했고, 화를 내는 연기와 있던 피험자들은 자신의 그런 생리적 변화를 짜증으로 해석했습니다.

 

1970년 경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도널드 더턴과 아서 아론이 했던 실험입니다. 실험자들은 아름다운 여성을 높고 흔들리는 현수교 끝과 낮고 튼튼한 다리 끝에 세워두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피험자들은 다리를 건넌 뒤 설문지에 답변을 하도록 요구받았습니다. 그리고 추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여성 실험자에게 전화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뒤 전화번호를 받았습니다. 실험 결과 높고 흔들리는 다리를 건넌 뒤 설문조사를 했던 남자들이 전화를 걸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높은 다리 위에서 전화번호를 받았던 피험자들은 몸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생긴 몸의 신호를 여성에 대한 호감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실험의 함의는 우리가 같은 신호를 감지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다른 감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실험의 함의는 우리가 생리적 신호에 따라서 우리의 감정을 착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대상과 있을 때 우리가 어떤 맥락에 놓여 있었느냐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감정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스피드에 보면 위기의 순간에 서로에게 끌려서 시작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확히는 샌드라 블럭이 연기한 애니라는 인물의 다음과 같은 대사입니다.

 

“I hope not, 'cause you know, relationships that start under intense circumstances, they never last.”

 

이 말은 극적인 순간에 놓인 신체에서 쏟아지는 아드레날린이 상대방에 대한 생각과 감정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의 말이 아닌가 합니다.

 

이 실험을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내밀한 소통이 아니라 내외부의 단서에 의해 피상적으로 발생하는, 그리고 어떤 경우 오해나 오지각으로 시작되는 감정의 교류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감정 중 하나이며, 인간을 치유하는 동시에 세상을 결속해 주는 위대한 힘이라고 믿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크게 실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한편 우리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표현으로 영미권 문화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두 명의 인간의 진실한 내면이 맞닿아서 탄생하는 것이라면 물리적인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의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티격거리더라도 같이 있을 때 관계가 더 오래 유지되는 연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매일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하더라도 롱디 커플들은 유지가 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의 실험들이 이에 대한 일부 설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랑이라는 것이 인간 내면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각과 실질적 행동의 상호작용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이 일상에서 부딪히며 발생하는 신체적 신호들을 서로에 대한 호감, 서로를 아끼는 마음,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확인해 가며 강화해 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야에서 사라지니 사랑도 식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고귀한 감정일 것입니다. 서로에게 뜨겁게 몰두하는 갓 시작한 연인들의 사랑,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노부부 간의 사랑,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랑에 대한 설명이 어떠하든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 자료 : 생각한다는 착각(닉 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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