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것 | 실존 | 규약 | 위안 | 공동체 | Cosmosality | Code | Consolation | Community

RayShines 2023. 7.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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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합니다. 실존에 대한 해답(Cosmosality), 삶의 규칙(Code),  위안(Consolation), 공동체(Community)가 그것입니다. 줄여서 4C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smosality,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변

인간은 다가올 미래와 그 미래에 내가 어떤 운명에 쳐해 지는지에 대해서 고뇌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허무와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는 내가 어느 순간이 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내가 애써 가꿔왔던 그 모든 것들 역시 물리적 의미를 잃는다고 생각하면 지금 살아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현실은 힘들고 남루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삶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천국, 극락, 무릉도원, 유토피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상향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그런 막연한 기대가 말입니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의 실존의 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혹은 누가 부여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인간이라면 한 번쯤 가져보는 보편적인 질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종교는 그것에 대한 매우 훌륭한 해답을 제공합니다. 절대자가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만들었으니 세상이 종결과 인간 삶의 마지막 역시 신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저 신이 정해둔 규칙과 역할에 맞춰 충실하게 현세를 살아내고 신의 처분을 기다리면 됩니다.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Code, 삶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규칙

실존에 대한 답에 이어 자연스럽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과 규범 역시 종교가 제시합니다. 행복한 내세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대가가 따릅니다. 그 대가란 다름 아닌 신의 말씀을 잘 따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 것, 살생을 하지 않는 것, 다른 신을 섬기지 않는 것,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하는 것 등등입니다. 다양한 종교에서 다양한 규칙들을 제시하고, 그것에 따라 삶을 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규약을 어기거나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벌이 내려집니다. 어떤 경우 약속된 아름다운 내세 대신 영원히 고통을 받아야 하는 곳으로 가는 형벌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현실도 고통스러운데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데다가 영원히 끝나지도 않는 지옥으로 가야 한다면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그런 고통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고통을 감내하느니 어렵더라도 규칙을 지키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고, 하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Consolation, 힘든 현실에 대한 위로와 위안

“Credo quia consolans”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안을 해주기 때문에 믿는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을 달래주니 믿는다는 말이지요. 종교를 이성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에게 흔히들 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나에게 위안을 주는데 그 이상의 근거가 필요하느냐는 것이지요.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삶의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그런데 몇 가지 규칙을 잘 따르면 앞으로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을 견딜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힘들지만 곧 주말이니 쉴 수 있다고 하면 한 번 더 힘을 내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오늘 저녁에는 치킨과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내 힘든 하루에 대한 보상이 되는 것 같아 위로가 됩니다. 하물며 이 세상을 창조한 절대자가 나의 힘든 삶을 이해해 주고, 앞으로는 나아지리라 보듬어주고,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도 용서를 구하면 모두 사해주겠다고 한다면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이것 역시 인간이 가진 미래에 대한 조망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미래를 미리 예견하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번민과 근심에 빠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먼 앞날을 내다보기도 하기 때문에 걱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도 합니다.

 

 

 

Community, 종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은 한 데 모이기 쉽습니다. 한 곳에 살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같은 장소로 모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서로 축하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그 슬픔을 나눕니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신이 정해둔 규칙일 수도 있겠고, 그렇게 함으로써 힘든 삶을 견뎌내고 아름다운 내세로 갈 수 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같은 것을 믿고 함께 어려운 일을 겪는 개개인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응집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규모가 커지면 끈끈한 내집단이 형성되며 공동체가 됩니다. 그리고 공동체는 추상적 개념이 제공할 수 없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제공합니다. 손에 닿지 않는 절대자에게 받는 위로도 힘이 되지만 몸이 아플 때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찾아오는 이웃은 또 다른 의미의 원조가 됩니다. 그런 것은 공동체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종교를 어떻게 정의하든 종교가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것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하고,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싶어 하며, 위로와 친구가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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