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우리 모두는 스토리텔러이다 | 이야기 편향 Narrative Bias | 정체성 | 가치관 | 삶의 의미

RayShines 2023. 8.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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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각자의 내러티브는 각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자신에게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인지적 편향이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 편향입니다.

바로 과거에 있었던 무질서한 사건들을 나열할 때 원인과 결과를 찾음으로써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서사를 만들어내서 현재에 놓여진 삶의 결과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야기 편향 narrative bias 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삶은 그냥 무작위 사건, 독립 시행 사건의 연속일지 모릅니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 같은 것을 보면 어떤 순간의 결정에 따라 삶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위인전에 보면 어떤 계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뉴턴이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든지, 조지 워싱턴이 체리 나무를 실수로 베어버린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여 그가 훌륭하게 컸다든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실제로 그럴까요? 어떤 한 가지 일 때문에 지금 내 인생의 경로가 현재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요? 약물을 끊은 중독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치료자나 친구와 나누었던 한 번의 중요한 대화가 그들이 회복하는 시작점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그들이 나누었던 그 대화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전에는 완전히 그 사건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었고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어떤 대화 한 번으로, 어떤 사건 한 번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것일까요? 인생이라는 것이 수천만 번의 결정의 순열의 총합이자 최종결과라고 한다면 반드시 그렇진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중대한 결정도 있지만, 사소한 결정의 축적이 지금의 나를 여기 이 자리에 놓아두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거대한 인과율에 의해서 움직이고, 커다란 의미를 가지며,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 허무하니까요. 단순히 발생한 무작위 사건들의 나열로 인해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은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일로 느껴지며, 그 속에서 나의 역할과 무게 또한 증발시켜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때 A라는 일 때문에 B라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이 다시 원인이 되어서 C, D, E,…, 그렇게 거대한 연쇄 반응이 일어나서 현재까지 이어졌고, 나는 나의 삶을 그렇게 본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역할이나 느낌을 더 세밀하게 묘사하고 설정하며 전공 결정, 졸업, 연애의 시작, 취직, 결혼, 출산, 재산의 취득 등 굵직한 삶의 사건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며 인과관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런 식으로 어떤 인과율에 따라 일관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게 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혹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내린 결정들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되며, 어떤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내 삶의 이야기에서 내 정체성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다시 또 내 삶의 서사를 풀어내는 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각 개인은 누구나 스토리텔러입니다.

생명의 장구한 역사, 인류의 진화, 혹은 탄생에 대한 종교적 설명 속에서 각 개인의 역할은 어찌 보면 미미합니다. 기억되는 개인의 숫자보다 잊혀지는 개인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그러나 우리 각자는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은 소우주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의 역사는 도도히 흐르는 강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 자신에게는 정체성을 찾아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 정체가 삶이고 인생이겠지요.

 

참고 문헌 : 성격, 탁월한 지능의 발견(존 메이어), 우리는 왜 잊어야 하는가(스콧 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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