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과거의 관계가 현재에서도 반복되는 것 | 중요한 타인 Significant Others | 중요한 대상 | 과거에서 벗어나는 것

RayShines 2023. 9.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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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린 시절에 만들었던 중요한 대상 significant others 과의 관계가 우리가 그 이후 맺을 관계들의 원판이 된다고들 합니다. 그 원판의 성격에 따라 새롭게 맺어나가는 관계에서도 과거가 반복적으로 재현된다는 것이지요.

 
 
 

과거는 미래의 기억입니다.

과거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시각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기억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내리는 많은 결정들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축적해 왔던 경험과 지식들에서 나옵니다. 물론 그것들은 우리가 의식할 수도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우리를 조종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무의식으로 가는 문을 연 이후 우리는 우리가 과거의 상처나 과거의 경험에 의해 매우 크게 영향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여러 이론들에서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가 우리의 내부에 매우 견고한 원형 prototype 을 형성하게 되며, 우리가 남은 인생동안 형성하게 되는 관계는 그 원형의 새로운 버전,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는 복사본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부모를 둔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며 연구도 많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을 Adult Children of Alcoholics (ACOA)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무엇이 있을까요? 직업을 선택하는 것, 인생을 함께 할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는 것, 종교를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그리고 종교를 갖기로 했다면 어떤 종교를 가질지 선택하는 것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마 친구, 배우자,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삶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성 부모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대상을 찾습니다. 이것에 대한 설명이 바로 위에서 말한 중요한 타인,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가 나의 내부에 인스톨되어 있고, 그것이 새로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때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남편을 찾는 것,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아내를 찾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극과 극이 끌리고, 극과 극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문화적 믿음을 가진 미국에서도 실제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 결혼 생활이 더 오래 유지된다고 합니다.
 
 
 

과거 중요했던 사람과 비슷한 누군가를 또다시 옆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에게 중요했던 사람의 특질을 가진 누군가를 또다시 나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선택하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이 재현되는 것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예측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조금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완전히 미지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쁜 결과에 우리는 더 대응하기 편합니다. 전에 해봤기 때문이죠. 한 번 해봤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내가 과거에 가졌던 중요한 관계가 매우 긍정적인 것이었다면 그것은 내 인생을 환하게 비춰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어두운 세상을 걸어 나갈 힘이 될 테니까요.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과거에 매우 중요했던 대상에게 심리적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대상은 부모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부모가 좋은 양육자인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아서 부모가 된다는 것과 책임감과 인내심을 가진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모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부모의 잘못일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그런 부모들도 좋은 부모를 갖지 못한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적절하지 못한 양육 방식이 대물림되기도 합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요.
 
 
 

과거 대상과의 문제가 지금의 대상과도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나의 부모와 비슷한 동반자를 곁에 두고 있다면, 나와 부모의 사이에 있던 문제가 현재 나의 동반자와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항상 의식적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내 부모와의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내 배우자와의 문제인 것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새로운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새로운 사람에게 요구하며 채근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미 그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폭압적인 부모에게서 자란 이후 역시 폭압적인 배우자와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온갖 멸시와 폭력을 견디면서 말입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폭압적인 부모라고 해도 떠날 수 없습니다. 부모가 곧 세상이고 생존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랑이라고 말했던 부모와 비슷한 방식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그 관계를 떠나지 못합니다. 부모를 떠나지 못했던 아이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자신의 아이에게도 비슷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요구된다면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 성인이 된 이상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 지금도 권위적 대상과 잘 지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난 그냥 이런 사람이니까 상사와 계속 불화를 일으키면서 직장을 옮기면서 살겠다고 하는 게 옳을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탓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지금 내 삶을 사는 것은 나입니다. 결국 문제를 알고 자신을 이해하고 더 적응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물론 자신을 안타까워하며 연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에서 비롯된 현재의 문제를 유지시켜 미래에는 문제를 악화시키는 자양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것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과거에 붙잡힌 자신을 용서하는 동시에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야겠지요.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옆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나의 옆 사람도 돌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면 될 겁니다.
 
참고 문헌 : 성격, 탁월한 지능의 발견(존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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