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왜 우리는 10대 때의 기억이 가장 생생할까요? | 인생의 황금기는 10대일까요, 40대일까요? | 회고 절정 Reminiscence Bump

RayShines 2023. 10.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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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절정 reminiscence bump 은 10대 시절의 기억이 가장 생생한 현상을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의 저장본도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좀 들면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나이가 든 이후 겪은 것들은 10대 시절에 경험한 것들처럼 생생하고 찬란하고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10대 시절에 봤던 영화나 음악,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 멀리 떠났던 여행과 관련된 기억들은 아주 세세하게 기억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친구가 입었던 옷, 내가 했던 말, 바람이 피부에 닿던 느낌, 당시의 냄새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 같은 기억들은 잘 저장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10대 시절의 기억이 가장 두드러지게 남는 현상을 회고 절정이라고 합니다.

 

 

 

인간에게는 회고 절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회고 절정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청소년기에 도파민 수용체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수용체는 어떤 물질이 달라붙는 구조를 말합니다. 도파민 수용체는 말 그대로 도파민이 달라붙는 구조물입니다. 수용체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아주 작은 구조물이며 세포의 표면, 그러니까 세포막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포막에 돋아나 있는 도파민 수용체에 도파민이 달라붙으면 도파민 수용체에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며 세포 내부로 신호가 전달됩니다. 그러면서 그 이후의 일련의 과정들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도파민이 전달하는 신호가 성립하려면 도파민도 필요하지만, 도파민 수용체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도파민이 전달하는 신호가 증가하려면 도파민의 농도 자체가 증가해도 되지만, 수용체의 숫자가 증가해도 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입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도파민 수용체의 숫자가 증가한다면 도파민의 농도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예전보다 강렬한 신호가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겠으나 만약 쾌감이라는 것을 도파민이 전적으로 관장한다면 더 그렇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에 대한 일반화는 간단하고 매혹적이지만, 대부분 틀립니다. 

 

 

 

그래서 청소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청소년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며, 많은 것들을 결정짓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빅데이터 조사를 해보면 아이들을 골수 야구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나이가 8~15세 정도라고 합니다. 정치적인 입장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해당 개인이 14~24세이던 시기에 인기가 높았던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이 그 사람의 정치적 견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18세 정도가 한 사람의 정치관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연령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듣던 음악을 평생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드문 사건과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더 잘 기억합니다.

우리는 드문 사건을 더 많이 기억합니다. 흔하게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는 연간 30만 건이 일어나지만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1년에 300건 남짓 일어나는 항공기 사고는 매우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드물고 희귀하고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감정이 많이 실린 사건을 더 많이 기억합니다. 사건 당시에 매우 강렬한 감정이 촉발된 사건들을 우리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 우리는 그 사건을 경험하는 그 당시에 이 사건을 내가 평생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지만 미래에도 존재할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 그런 기억을 예지적 기억 prescient memory 이라고 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가 태어날 때의 순간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그 당시를 평생 잊지 못할 순간임을 깨닫는 경험이었다고들 표현합니다. 그 순간 예지적 기억이 저장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첫 번째를 잘 기억합니다.

따라서 드물고, 특별한 동시에 감정이 많이 실린 사건을 우리는 매우 잘 기억합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서 그런 사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첫 번째 경험들입니다. 첫사랑의 그 설렘, 첫 키스의 강렬한 느낌, 첫 번째 내 차를 운전할 때의 가슴 벅참, 첫 번째 직업을 가질 때의 두려움과 기대, 첫 번째 집에 첫 번째 걸음을 디딜 때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자전적, 혹은 전기적 기억을 일화 기억 episodic memory 이라고 하는데, 한 개인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저장되는 일화 기억을 만드는 나이는 주로 15~30세입니다. 회고 절정과 특별하고 감정적인 기억을 남기는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조합되면 이 시기의 사건들을 더 많이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모든 첫 번째는 대개 15~25세에 일어납니다.

최초인 동시에 특별한 기억들은 일반적으로 15세부터 25~30세에 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기억의 절정은 만 19에서 만 25세 사이에 형성됩니다. 기억으로 치면 전성기입니다. 그 이후로는 조금씩 기억이 뿌예지고 희미하게 남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특별할 게 뭐 있겠어, 다 와봤던 곳들, 해봤던 것들, 먹어봤던 음식들인데…”라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첫 번째가 아닌 사건들, 조금은 다르지만 처음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반복되는 일상을 모두 저장해야 할 필요성을 우리의 뇌는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사랑과 헤어진 이후에는 죽을 것처럼 힘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음번 이별이 수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반복되는 이별 속에 우리는 어렴풋이 이것은 반드시 지나가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반복은 감정도 무뎌지게 합니다. 이 두 가지의 조합은 회고 절정이 한풀 꺾이게 하는 주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40세 정도가 되면 기억 형성 속도가 한 번 더 증가합니다.

그런데 40세 정도를 기점으로 한 번 더 기억의 밀도가 상승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설명 중 하나는 이 시기에 많은 인간들이 지위가 한 단계 혹은 그 이상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혹은 직업적 위계가 상승한다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조망이 달라짐을 의미하기도 하는 동시에, 책임이 증가하고, 나의 영향력이 닿는 범위가 넓어짐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에 이런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동시에 지위가 높아지며 수동적으로 끌려가던 인생의 축이 나를 위주로 돌아가는 것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나 위주의 자전적 기억의 커다란 덩어리가 형성될 여지도 증가합니다. 내가 적극적으로 시작하고 개입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것보다 더 기억에 남으니까요. 회고 절정 시기의 기억들의 인생사의 굵직한 랜드마크들에 대한 것이라면 두 번째 기억의 가속은 사회에서 한 명의 독립적 인간으로서 축적해 나가는 기억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공고해지니 기억도 공고해지는 것이겠지요. 

 

기억의 과학이야 어찌 되었든 하루하루 좋은 기억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합니다.

 

참고 문헌 : 디지털 시대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줄리아나 마이너), 기억의 뇌과학(리사 제노바), 오래된 기억들의 방(베로니카 오킨),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한나 모니어), 모두 거짓말을 한다(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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