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인종 Race 은 실재할까요? | 인종 간 차이와 개인 간 차이 | 아종 Subspicies | 토바 화산 | 미코콘드리아 이브 | Y 염색체 아담

RayShines 2023. 10.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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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은 생물학적 개념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닙니다. 인종은 사회적 개념이며 인위적 분류에 가깝습니다. 

 

 

 

인종에서 종이라는 한자는 종속과문강문계에서의 그 종입니다.

영어로는 species 죠. 생물학적으로 종이라는 범주는 분류학에서 매우 특별한 지위를 차지합니다. 생물학적 종의 개념은 각각의 종이 자연의 실제적 구성단위라고 규정합니다. 종의 정의는 “공통적인 유전자 풀을 공유하며 실제적으로 또는 잠재적으로 교배가 가능한 생물 개체군”입니다.

 

 

 

인간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을 인종(race)으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종은 무엇인가요?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따라서 인종은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subspecies)입니다. 그렇다면 아종은 무엇일까요? 에른스트 마이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아종(subspecies) 또는 지리적 품종(geographic race)은 종을 지리적으로 나누어서 분류한 것이며 그렇게 분류된 아종들은 저마다 유전자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종은 종(species)이 아니라 아종(subspecies)입니다.

아종은 번식 가능 여부로 경계 지어진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경계가 고정된 개념이 아니며 가변적입니다. 아종은 종 내부에서 지리적 분포를 따져서 나뉘며, 그것이 종의 변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때만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서 굳이 아종을 나눈 필요가 없을 때는 아종이라는 개념 자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종을 나누는 기준은 피부색입니다. 피부색을 하나의 변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변이가 지리적 분포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면 인종은 아종인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듯 그것은 절대적 기준에 의해서 나뉘는 것이 아닐 것이며, 반드시 인종을 나누어야 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특히 차별을 위해서라면 더 그럴 필요가 없겠죠.

 

다들 아시겠지만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 중앙아시아, 극동아시아, 동남아시아로 내려왔다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이동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 수 만 년이 걸렸기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아시아인들은 진화적 관계가 더 가까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고 합니다. 유럽인은 아시아인 유전자 65%와 아프리카인 유전자 35%가 섞인 중간 개체라고 하고요. 자신이 순수한 혈통이라고 생각하는 유럽인들이 들으면 매우 화를 낼 이야기겠죠. 그리고 사실 유럽인이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DNA의 혼합이라는 관념 자체가 매우 비직관적이기도 합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습니다. 이것을 미토콘드리아 DNA (mitochondrial DNA)라고 합니다. 우리의 DNA는 대부분 세포핵 속에 잘 보관되어 있지만 일부는 미토콘드리아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유전됩니다. 다시 말해 어머니의 것만 자손에게 전달됩니다. 왜냐하면 정자는 수정을 할 때 미토콘드리아를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추적해 보니 현대의 모든 인간은 1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여성의 후손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이 미토콘드리아를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릅니다.

 

 

 

Y 염색체 아담도 있습니다.

그럼 부계 유전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 Y 염색체가 그렇습니다. 남자는 Y 염색체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습니다. 그리고 Y는 남자만 가지고 있으므로 세대가 지나도 섞이지 않습니다. 나의 Y는 아버지의 Y와, 아버지의 Y는 할아버지의 Y와 거의 동일합니다. 중간중간 랜덤한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100% 동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역시 추적을 해보면 현대 남성들은 6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Y 염색체 아버지의 자손입니다. 이 Y 염색체를 Y 염색체 아담이라고 부릅니다.

 

 

 

74000년 전에 수마트라 북부에서 토바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당시 2800km³에 달하는 마그마와 재가 분출됐습니다. 참고로 폼페이를 집어삼킨 그 베수비오 화산의 경우 3km³였다고 하니, 그 900배가 넘는 위력이었다는 의미입니다. 1815년에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가 175km³였는데도 유럽에까지 흉작이 들었습니다. 토바 화산 폭발 이후에는 6년이나 화산 겨울이 지속되었고, 인류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혹자는 당시 전 세계에 살아남은 사람의 수가 수천 명에 불과했다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유전적 병목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당시에 살아남았던 수천 명에 불과한 조상들의 후손입니다

 

 

 

현대인의 공통 조상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위의 모든 것들을 고려해 보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협소한 조상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상의 여러 위치를 점유하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피부색은 위도별 자외선 수준에 따라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피부색은 어떤 집단의 고유한 형질이 아닙니다. 단순히 어떤 동네에 살았느냐를 말해주는 것이지요. 알래스카에 사는 유럽계 미국인은 발리에 사는 유럽계 미국인들에 비해 피부가 창백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알래스카에 사는 유럽계 미국인 두 명의 피부색 차이는 DNA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만, 발리와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기후와 지리적 조건의 차이일 것입니다. 또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과 뉴기니 멜라네시아인은 전 세계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거리가 먼 두 집단이지만 피부 색깔을 매우 흡사한 어두운 색입니다. 즉 한 집단 내에서 개인의 차이가 DNA 때문이라고 해서, 다른 두 집단 사이의 차이도 DNA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부 아래에서 각각의 개인은 생각보다 매우 다르고, 각각의 인종은 생각보다 비슷합니다. 흑인과 백인 사이의 DNA 조성 차이는 백인 집단 내부의 개인 간 DNA 차이보다 적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서로 다른 인종에 속하는 두 사람 사이에 발견되는 유전적 변이의 차이 중 인종 집단 간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은 4.3%에 불과합니다. 저와 마이클 조던과의 차이를 인종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4.3%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인종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참고로 침팬지의 경우 이 수치가 30%에 달합니다.

 

 

 

인종은 사회적이며 인위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결국 인종은 DNA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미국인이라는 말은 인종일까요, 아닙니다. 미국인이라는 말은 문화적 집단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인종, 국적, 문화 등이 완전히 서로 섞이며 사용되고 있습니다. 뭔가를 나누는 것이 차별을 하고, 상대측을 악마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눌지 말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문헌 :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마이클 셔머), 유전자는 우리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나(스티븐 하이네), 다윈 이후(스티븐 제이 굴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플로리안 아이그너),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조지프 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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