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무료하다, 심심하다, 지루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RayShines 2023. 1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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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심심하다, 무료하다는 말을 합니다. 할 일이 많고 바쁠 때에도 심심합니다.

 

 

 

살아남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사는 것은 참 힘듭니다. 열심히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역할도 많습니다. 직장에서의 역할, 가정에서의 역할, 가족 내에서의 역할,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 등 사회는 우리에게 여러 기능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바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리는 심심함, 지루함, 무료함을 느낍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우리는 심심합니다.

뭔가 할 일이 많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에도 우리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너무 바쁜데 심심하다고 말이죠. 어릴 때에는 할 일이 많은데 심심하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바쁘면 심심할 틈이 있을까, 어른들은 이상한 말을 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 삶에 치이고 주변에서 저에게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압력을 느끼자 그 말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심심하다는 말은 벗어나고 싶다는 말이겠지요.

어른이 되어서 심심하다는 말은 주어진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과 거의 같은 말 같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 먹고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미디어에 나와 자신의 성공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유명인사들은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공과 돈과 명예가 뒤따르더라는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서 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다면 그것은 굉장히 드문 일인 동시에 대단한 행운을 잡은 것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기 어려우며, 차선으로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기도 어렵습니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려면 일단 그것으로 먹고사는 일이 가능해야 하는데, 글씨 쓰는 것을 좋아가거나 잘하는 사람이 그것으로 먹고살려면 정말 잘하거나 정말 좋아해야 할 것이며, 그것을 가지고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아가며 생존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쉽지 않고 지루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결과 우리는 늘 의무와 책임에 시달려야 합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지요.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으니 지루하고 심심합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아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무료함이 고개를 듭니다.

 

 

 

무료하다는 말은 고독하고 싶다는 말일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무료하다는 말은 고독을 원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에는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친구와 함께 놀아야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알게 됐습니다. 고독은, 혼자 있는 것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는 것, 해방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고독은 우리에게 막연한 불안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독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며, 나 자신을 위해서 나 자신을 소모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성인이나 위인들 중 고독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복잡하고 빠르고 즉각적인 세상은 우리를 혼자 두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은 우리에게 역할을 해내라고 압박합니다. 이메일이 멀리 사는 친구와 친지들과 가까이 연락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을 본 적이 언제인가요, 이메일은 조용하지만 무거운 업무 방식입니다.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없고, 어디서든 강압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연결되어 있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일종의 특권이 됐죠.

 

참으로 무료하고 심심하고 지루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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