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감정 Emotion 과 느낌 Feeling 의 차이 | 주관적 경험 | 개인적 해석

RayShines 2023. 11.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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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emotion 과 느낌 feeling 은 어떻게 다를까요?

 

 

 

감정은 신체적 감각입니다.

감정, 영어로 emotion이라 단어는 라틴어 emover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에너지의 움직임이라는 의미입니다. 감정은 특정 상황이나 사건에 반응에 체내에서 발생하는 화학 물질의 변화에 의해 생겨나는 신체적 감각으로 정의됩니다. 두근거림, 가쁜 호흡, 울렁거림 등이 감정이며, 혈압, 뇌파, 피부 전도력, 비언어적 표현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계량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감정은 주변의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외적인 반응입니다.

 

 

 

느낌은 감정에 대한 해석입니다.

반면 느낌은 감정, 그러니까 발생한 신체 감각에 대한 개인의 해석입니다. 따라서 느낌은 뇌가 감정을 알아챈 뒤 각자가 그 감정에 의미를 부여한 결과입니다. 결국 느낌은 매우 내밀하고 개인적인 내적 정신 활동의 영역에 해당하며, 짧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의식하게 된 감정입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감정 발생 순서에 대한 통념을 박살 냈습니다.

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깨부순 것은 미국의 위대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입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1884년 발표한 <감정이란 무엇인가? What is an emotion?>이라는 논문에서 우리가 감정과 느낌을 갖는 순서를 뒤집어 설명했습니다. 당시를 지배하던 이론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정신적 자각이 감정이며, 이런 자각이 신체적 반응을 야기한다고 설명했었습니다. 당시의 예를 그대로 들면 곰을 만나면 곰을 두려워하게 되고, 그래서 몸이 떨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윌리엄 제임스는 곰을 만난 우리가 떨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감정이란 다름 아닌 신체적 반응이며, 그런 다음 느낌이 생긴다는 것, 즉 그 신체적 반응을 인식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도망치기 때문에 무서운 것일까요,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이 나오면 과학은 둘 다 옳은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숲 속을 돌아다니다가 늑대와 눈이 마주치면 생각 따위를 할 시간에 도망치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나서 두려움이든 뭐든 느끼는 게 생존에 유리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뀌었는데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면 그때 얼굴이 화끈거릴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생각이 신체적 반응보다 더 빨랐던 것이지요.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매우 주관적이고 내밀하게 경험합니다.

나의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면 힘든 감정이 누그러질 것 같고, 좋은 감정은 더 커질 것 같아서 어떻게든 이것을 표현해 보고자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슬프다, 서운하다, 기쁘다, 좋다 등의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우리가 경험하는 상태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실제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단어도 쓰는 사람에 따라, 쓰이는 맥락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따라서 같은 슬프다는 표현을 쓰는 두 사람의 감정 상태가 완전히 동일할 가능성은 0일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적 경험은 너무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서 공유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떤 것이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공적인 것이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주관적인 경험은 그 사람의 행동의 근거로 쓰일 수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준거가 되긴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감정은 법적 증거나 부당함의 근거가 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만약 감정이 완전히 공유 가능한 것이라면 우리는 훨씬 덜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느낌을 고스란히 다른 사람이 느끼게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음악이나 그림 같은 예술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공감을 원했기 때문에 그것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공감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은 감정적 경험의 주관성에 대한 또 다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마르셀 뒤샹은 예술가는 창작 작업의 절반만 수행할 뿐이며, 나머지 절반은 보는 이의 뇌 안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관람자의 몫 beholder’s share 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뭔가를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이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한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만약 우리에게 신체적 반응만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나의 해석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에 불과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처해서 같은 신체 반응이 일어나도 어떤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각각을 고유한 존재로 만드는 우리들의 특성일 것이고, 그것이 각자가 삶을 살게 하는 강력한 동기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문헌 : 감정은 패턴이다(랜디 타란), 감정의 재발견(조반니 프라체토), 굿바이 스트레스(매튜 존스톤),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브루스 후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제레드 쿠니 호바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사 펠드먼 배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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