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태어나는 것일까요 | 소시오패스 | 반사회성 인격 장애 | 순수한 악의 신화 | 연쇄 살인범 | 시리얼 킬러

RayShines 2023. 1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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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악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이코패스는 계속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시리얼 킬러는 그 명칭 때문에 현대의 현상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악인들은 계속 있어 왔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것입니다. 고대 로마 황제 중 네로는 기록 상으로는 정말 사이코패스였던 것 같습니다. 네로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들을 공격하는 것이었고, 간혹 그들을 칼로 찔러 죽이고 도랑에 빠뜨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야생 동물의 가죽을 쓰고는 묶여 있는 사람들의 성기를 물어 뜯어내기도 했고, 자신이 어디서 나왔는지 보겠다며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자궁을 떼어내 살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많이들 알고 있는 푸른 수염, 빨간 망토에 나오는 늑대, 드라큘라 등 픽션 속의 인물들도 실존했던 사이코패스나 연쇄 살인범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창조된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악 evil 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리고 그런 악이 내부에 응축되어 있는 이들이 있다고 믿고, 그런 국가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한때 부시 행정부는 악의 축 axis of evil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악으로 똘똘 뭉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리석은 행동과 잘못,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여러 행동들이 무작위로 쌓이며 누군가는 피해를 입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득을 보기도 합니다. 나에게 피해가 닥쳤을 때 그것이 모두 누군가의 악의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악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 개념을 “순수한 악의 신화(myth of pure evil)”이라는 용어로 구체화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것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악한 인간들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고문한다는 뉴스를 접하니까요. 그런데 추정치에 따르면 특정 시기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연쇄살인범은 20~30명 정도이며, 이들은 약 100~200명을 희생자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연쇄살인범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미국의 경우 FBI는 30~50명의 시리얼 킬러가 상존한다고 추정합니다. 미국 인구가 3억 3천만 명임을 고려하면 아주 많은 숫자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22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2,735명임을 생각해 보면 인구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당할 확률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악한 이들은 존재합니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거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이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도구로 이용하고, 그들의 존엄을 훼손하고, 필요하다면 망설임 없이 생명을 빼앗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들의 뉴스를 보면 분노합니다. 그리고 늘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합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어린 시절의 학대, 경제적 곤란, 적절한 양육자의 부재, 질병 등의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들이 그렇게 성장한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짚어냅니다. 요새는 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런 이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그렇지 않았을 수 있던 이들이 환경과 경험을 통해서 악인이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죠. 그리고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가 즐비한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모두 사이코패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학대와 방치를 경험한 성인 694명을 평가했는데, 이들 중 학대와 방치를 당한 이들에서 소시오패스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구체적으로 학대와 방치를 당한 사람들 중 소시오패스는 13.5%, 학대와 방치 경험이 없는 이들 중 소시오패스 비율은 7.1%였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학대를 당했음에도 소시오패스가 되지 않은 사람이 86.5%나 된다는 것이며, 학대를 받지 않아도 소시오패스가 된 이들이 7.1%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명 유명한 인물이 제임스 팰런입니다. 그는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뇌과학자인데, 사이코패스들의 뇌 스캔 사진 속에 섞여 있는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이 다른 사이코패스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제로 친부와 계모를 도끼로 살해한 리지 보든이 그의 조상이었고, 그의 일가에는 살인자가 열여섯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고 정이 넘치는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네요. “나는 사이코패스적인 면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어요. 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걸 말입니다.”

 

 

 

공감과 슬픔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요.

우리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악한 이들이 정말 어떤 일로든 죽었을 때 우리는 인과응보다, 정의가 구현됐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그런 악한들은 우리들과 섞여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하고 격리나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격리나 분리가 물리적이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든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들의 부모는 어땠을까. 그들의 부모들은 자신이 악을 이 세상에 내놓았다는 생각을 할까요, 아니면 선하디 선했던 자신의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악마화되었다고 생각을 할까요. 그리고 자신의 자식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악했다고 인정을 할까요. 부모 된 입장으로서 자식의 죽음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하는 마음이 드는 동시에, 그들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의 부모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이코패스들의 부모가 가장 피해자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에 공감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을 그렇게 태어나게 하고 길러낸 그 부모들에게 이 책임을 돌려야 하는 것일까요.

 

참고 문헌 : 연쇄살인범 파일(해럴드 셱터),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스티븐 핑커), 잔혹함에 대하여(애덤 모턴),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마사 스타우트), 나, 소시오패스(M. E. 토머스),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제임스 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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