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내 말이 다 맞아! |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 꼰대 | 반향실 효과 Echo Chamber Effect | 선입견 | 편견 | 고정관념

RayShines 2023. 11.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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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맞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주장하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보기엔 분명히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엄청난 확신을 갖고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분명히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경우 이야기를 좀 하다 보면 그 사람 역시 자신의 말이 옳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증거가 매우 희박하거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절대적이라고 믿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왜곡해서 해석합니다. 이것이 확증편향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듣고 읽고 배웁니다.

그런데 이런 학습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편안하거나, 자신이 지금까지 축적해 왔던 정보에 부합하는 것들을 더 쉽게 취득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제공하는 양육 환경, 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성향, 내가 받아온 교육 등 매우 많은 것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 그러니까 나의 선입견을 형성합니다. 결국 확증편향이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증거들에만 조명을 쏟아붓게 되는 인지적 왜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입니다.

내가 평생 믿어왔던 신념이 위태롭거나, 내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과학적 사실이 대한 반대 증거가 쌓여가는 것 같은 일들입니다. 그럴 때 인간은 불안함을 느낍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리한 해결책이 나의 믿음을 더 단단하게 해 줄 증거를 더 찾는 것입니다. 그 증거가 틀린 것이라고 해도, 그리고 나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더 탄탄하다고 해도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이것 봐 내 말이 맞다는 증거가 이렇게 많잖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확증편향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연료가 바로 인터넷과 SNS입니다.

특히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는 알고리즘 때문에 인간들은 더 어리석어지고 있습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을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더 많이 검색하고 그것과 관련된 링크와 동영상을 더 많이 클릭합니다. 알고리듬은 여기에 맞춰 지구평평설과 관련된 컨텐츠를 더 많이 제안합니다. 그러면 그 믿음을 가진 사람은 지구평평설과 관련된 내용에 더 많이 노출되며 지구가 편평하다는 증거가 더 많다고 여기게 됩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시점이 유튜브에 지구가 평평하다는 영상이 많이 올라온 시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하는 컨텐츠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지구평평설을 믿는 사람들의 알고리듬이 추천하는 동영상의 90%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자신이 보는 동영상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유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게 되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확증편향의 예입니다.

 

 

 

비슷한 견지로 반향실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SNS나 인터넷 게시판이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활동합니다. 그리고 글을 올립니다. 그러면 그 글이 옳다고 지지하는 피드백들이 올라옵니다. 만약 자신의 주장에 반대되는 글을 올리면 그 글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합니다. 이런 식으로 해당 커뮤니티가 옳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쌓이고, 그런 글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반례를 다루는 글들은 희석되며 찾아보기 어렵게 됩니다. 결국 게시판 전체가 한 가지 의견으로 도배되게 됩니다. 반향실에 들어가서 소리를 지르면 내가 지른 소리가 반향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만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거대한 반향실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믿는 것을 절대다수가 믿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진리라고 믿게 됩니다. 정반대의 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커뮤니티도 무수히 많은 데 말입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꼰대가 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뭔가를 결정할 때 매번 과학적 사실들을 나열하고 그 장단점을 꼼꼼히 고려한 뒤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시간에 쫓길 때고 있고, 감정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선택지를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만이 가진 빅데이터를 크게 흐트러뜨리지 않는 정보 하나를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가끔은 차분하게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정말 옳은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가 되는 것이겠지요.

 

참고 문헌 : 스켑틱(마이클 셔머),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브루스 후드), 호모 아딕투스(김병규), 정의 중독(나카노 노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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