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행복은 장기적 목표가 될 수 있을까요 | 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 톨스토이

RayShines 2023. 12.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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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목표가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행복에 대해 톨스토이가 유명한 이야기를 했죠. 

걱정거리가 없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물질적 풍요를 행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뜻대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리나의 도입부는 참으로 유명하지요. 바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각기 나름대로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그 문장입니다. 이 문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행복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 요건들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행복한 집안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공통 요건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톨스토이처럼 생각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마음에 맞는 배우자가 있어야 하고, 큰 말썽을 부리지 않고 커나가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노후가 준비된 건강한 부모님이 계시면 더 좋습니다. 인생을 이루는 요소 중 많은 것들이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어야만 그제서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면 행복이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때로는 무자비할 정도로 우리에게 쏟아질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시간을 아이들과 다르게 셉니다.

어른이 되면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말을 하지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을 헤아리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는 20분 남은 쉬는 시간, 방과 후 친구들과의 농구, 주말에만 하는 드라마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넘치는 기대를 갖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시간을 세는 마디가 자꾸 굵어지고 길어집니다. 돈이 얼마가 모이면, 다음 번 전세 만기가 되면, 대출을 다 갚으면… 내가 생각하는 시간의 마디의 끝에 다다르기 전까지의 시간들은 마치 중요하지 않고, 그 간이역에 가서 발을 딛는 그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것처럼 매일매일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시간이 하루, 일주일이 아니라 임대 계약 기간, 다음 번 승진 시기, 아이의 대학 입학 같은 기준으로 흘러갑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없는 행복이 갑자기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며 현재의 행복하지 않은 상태는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기적 조망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하루만 살고 말 것이 아닌 우리 인간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요. 하지만 장기적 조망에만 매어 오늘 하루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면 멀리 보는 이유가 없습니다. 멀리 보는 것은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의 행복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상한 말입니다. 현재의 가치가 더 중요합니다. 미래의 가치라는 것은 올지 안 올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늘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있는 만 원은 1년 뒤의 2만 원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모릅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인간은 멀리 볼 것과 가까이 볼 것을 적당히 조화롭게 각자의 사정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감정일 것입니다.

감정은 하나의 상태입니다. 순식간에 생겨나고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절대로 지속되지 않습니다. 예측하기 어렵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연 발생적이며 자발적으로 사그라집니다. 다시 말해 행복하자는 것은 궁극적인 목표가 되기는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지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기적인 목표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그때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뒤에 어떤 목표를 이루면 아무런 걱정이 없고 1년 내내 행복할 것 같지만 우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 가면 또 그때의 걱정이 있고, 지금도 지금 나름의 행복이 있습니다.

 

행복하자는 것은 구호가 되기 어렵습니다. 난 이제 행복하기로 했다고 결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제 나는 행복하니 나를 방해하지 말라고 선언할 수도 없습니다. 행복은 일시적 상태이니까요. 덧없이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할 순 없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노리는 과녁이 되어선 안됩니다. 우리가 그쪽으로 정확히 날아가서 꽂히는 것은 불가능하죠.

 

어쩌면 행복은 우리에게 가끔, 아니면 자주, 그것도 아니면 매우 드물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행복이 찾아올 때 마다하거나, 거부하거나,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이 다가왔을 때 그것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율되어야 행복하다는 생각은 늘 우리 자신이 행복할 자격을 채우지 못했다는 열등감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행복으로 다가갈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행복이 다가오는 것을 막는 장애물들이 있다면 툭툭 걷어차내 버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햇살이 좋을 때 그것도 하나의 좋은 것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것들도 좋은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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