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 | 성과와 무관한 성취감 | 취미 |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의 중요성

삶이 조금이라도 즐겁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성과와 무관한 성취가 아닐까 합니다.

 

사는 것은 참이 힘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합니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지만 시장이 없는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시장은 있지만 자신의 재능이 그 일로 먹고 살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그냥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게 됩니다. 나의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습니다. 그 과정은 참 별로죠. 내가 원치 않는 무엇인가에 하루의 3분의 1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사실은 내가 나의 삶을 내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인간은 같은 강도의 일을 하더라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면 훨씬 더 큰 피로감을 느낍니다.

 

 

 

우리에겐 우리 스스로가 주도권을 쥐고 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내 개인적 삶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무조건 휴식 시간이 길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18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페이스북을 많이 할수록 가벼운 우울증상을 호소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SNS에 쓴 시간이 유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후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휴식의 시간은 5~6시간 정도였습니다. 그 이상으로 긴 휴식은 오히려 지루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조합된다면, 즉 쉬는 날 하루 종일 자리에 누워서 스마트폰 스크롤만 한다면 그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최악의 방식일 것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은 성과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활동이어야만 합니다.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이 있고, 그것이 나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나를 위한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활동은 성과에 구애받지 않고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합니다. 성과에 매달리게 되면 그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됩니다. 뭔가를 꼭 이뤄내겠다는 마음은 삶의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방위적으로 적용되면 나 자신을 너무 괴롭힙니다. 그래서 내가 이것을 꼭 잘해야 할 필요가 없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활동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내가 이것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고, 또 그 결과물이 남들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나 자신에게는 성취로 여겨지는 활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고 급하게 흘러갑니다. 누구도 누구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습니다. 다들 너무나 빨리 움직이고 있어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뒤쳐지는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조금만 늦게 걸어도 왜 이리 걸리적거리게 하느냐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열심히 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목표로 한 것을 이루지 못하면 무능하다는 평가도 듣게 됩니다. 반드시 이뤄야 할 뿐 아니라 빨리 이뤄야 합니다. 남들보다 뭔가를 먼저 이루고, 선점하는 것이 큰 가치인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가끔이라도 세상의 속도에서 내려와 독촉받지 않고, 또 조금 못해도 싫은 소리를 듣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가 낙서를 하고 나서 스스로 뿌듯해하듯이 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항상 지적을 받고 사는 세상이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시간이 필요하겠죠.

성과와 무관한 성취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자 선물일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란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되면 칭찬을 들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고 나면 늘 부족한 것에 대한 지적을 받고 살아야 합니다. 승인을 받는 것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다 겪고 나서 승진이나 급여 인상 같은 형태로만 가능합니다. 그전까지는 꾹 참으면서 살아야 하죠. 그러니 그런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반드시 나아지지 않아도 되는 것,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전혀 진보하지 않아도 되는 것, 또 아무런 성과나 결과가 없어도 낭비로 치부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글을 씁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제 자신에게는 꽤 중요한 일이고, 이것이 저에게는 성과와 무관하게 성취감을 주는 그런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