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요? |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까요 | 인지왜곡 | 인지행동치료

RayShines 2023. 12.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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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는 게 그렇게 쉬울까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은 계속 떠오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생각을 합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금부터 5분 동안 절대로 화분에 대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요구를 받으면, 장담컨대 반드시 화분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무념무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인지, 그리고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생각은 계속해서 생산됩니다. 생각이 발생되는 과정 자체를 중단시킬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는 의식적인 생각은 없을 수 있지만, 그때도 뇌는 움직이고 있지요. 꿈도 꿉니다. 그리고 그게 기억이 나기도 하지요. 우리의 뇌는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명령을 내립니다. 자는 동안에는 외부 자극의 유입은 멈추지만 내적인 상태에 대한 정보는 계속해서 뇌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 모든 것은 생각의 재료가 되고, 우리의 뇌는 거대한 블랙박스라서 자극이 들어오면 뭔가를 계속해서 산출해 냅니다.

 

 

 

다행히 우리는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생각의 이러한 속성을 생각해 보면 우리 일을 겪을 때 우리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의 자유 의지와는 무관하게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생각이 미칩니다. 만약 우리의 생각이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라면 우리는 단순히 우리 뇌의 꼭두각시인 것일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생각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방금 떠올랐던 생각이 비교적 옳은 생각인지 아닌지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메타인지라고 부르기도 하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는 능력 자체뿐만 아니라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능력도 개인마다 커다란 차이를 보입니다. 자기 객관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도 있고 매우 부족한 사람도 있지요.

 

만약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높지 않다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고, 생각을 바꾸기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고, 인간이란 동기가 없다면 변화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저마다 매우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의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생각을, 그러니까 비적응적이거나 왜곡되었거나 한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것도 역시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일에 맞닥뜨렸을 때 매우 자동적으로, 매우 반사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생하는 생각들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형태의 생각들이 특정한 순서로 연달아 일어나게 되는 일이 반복되면 그 생각들의 회로는 뇌 속에서 아주 낮은 저항값을 가지며 매우 쉽게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패턴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패턴을 여러 개 가지게 되면 아마 그게 성격 구조에 아주 크게 기여하겠지요. 그래서 같은 것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생각 패턴이 점화되는 것 자체를 막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난 이런 문제에 대해서 화가 나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지요. 그리고 요새 유행하는 MBTI 덕에 사람들이 자신이 사고하는 방식을 유형화하는 것에도 매우 익숙합니다. 그런데 나의 성격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고, 그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내가 쉽사리 그것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계속 이야기했듯이 내 생각 중 어떤 부분들은 매우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로를 막아버리거나 수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생각이 나고 나서 “아 또 이런 생각을 했네”라고 깨달을 수는 있습니다만, 그 생각 자체를 막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생각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을 때 그것이 틀린 것이고, 비적응적인 것이고, 왜곡된 것이니 막거나 수정하거나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흔히들 하는 생각이고, 또 인지행동치료라는 이름의 치료 방식입니다. 이는 당연히 유효하며 또 바람직한 부분도 있습니다.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을 평생 부여잡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요. 그러나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생각 자체를 막으려는 노력 대신 생각이 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또 났구나’ 정도로 반응하며 생각이 나게 둬도 뭔가 나쁜 일이 바로 발생하진 않으니까요. 나쁜 일은 우리가 그 생각에 근거해서 적응적이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납니다. 따라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상황은 쉽사리 벌어지진 않습니다. 안 좋은 생각이 드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괴로워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러니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하거나, 막으려고 하기보다는 생각이 나는 것은 어느 정도 수용한 뒤, 그 생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행동할지 말지를 심사숙고하는 게 어떤 때는 훨씬 더 나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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