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인간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 극단주의 | 부동층 | Swing Voter

RayShines 2023. 12.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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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매우 극단적인 시각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마 어디에라도 속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일 것입니다.

 

 

 

극단주의가 현대적인 현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극단적인 시각은 있었고, 그런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겠죠. 다만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일반화된 현재에는 극단적 의견이 더 쉽게 득세하는 경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인간의 특질 중 많은 것들은 연속선 상에서 정규 분포를 그리기 마련입니다. 성격적인 특징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어떤 상황에 대한 의견 역시 넓은 스펙트럼 상에서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비교적 상식적인, 즉 평균에 가까운 의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아주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소수를 구성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극단적인 의견이 있었다고는 했더라도 이들이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런 역학이 인터넷에서는 변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반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극단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표명합니다.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이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세력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설득을 하게 되겠죠. 그에 반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생각을 하고 있을 뿐 자신의 상식적 생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SNS에 피드를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소수의 의견은 소수들이 공유하는 의견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야기가 약간 다릅니다. 소수라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의 극단적 시각이 퍼나르기를 통해 쉽게 재생산되며 예전처럼 의견의 영향력이 주변인 몇몇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본과 한 자도 틀리지 않는 복사본이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재생산될 수 있고, 이런 의견이 평범한 의견을 쉽게 희석시킬 있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여러 플랫폼들의 알고리듬이 이런 효과를 더 극대화하게 됩니다. 한쪽을 치우친 의견을 많이 보는 사람들의 피드에는 같은 노선을 취하는 컨텐츠들이 계속해서 공급됩니다. 그 사람이 일부러 반대편 의견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그의 스크린에서는 그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주류 의견이 됩니다. 따라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은 양보하거나 협상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럴 것이라면 애시당초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겠죠. 그래서 더욱 더 극단적인 쪽으로 발전하게 되고, 알고리듬은 이를 의견을 더 부추깁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더 모이게 되고, 그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이런 상황은 더 가중됩니다. 인간은 원래 자신이 믿는 것을 지지하는 증거를 더 선호합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하는데, 인터넷 커뮤니티나 특정 게시판, SNS는 확증편향이 번져나가는 데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자주 보는 게시물과 같은 헤시태그를 가진 피드를 계속해서 공급해주니까 말입니다.

 

 

 

인간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혼자 지내고 싶은 사람도 분명히 있긴 합니다만, 그런 사람들도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는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에 너무 치이며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분명히 있지만, 인간은 다른 인간과 함께 살 때 훨씬 더 좋다는 연구 결과는 차고 넘칩니다. 매슬로우가 자신이 정립한 욕구 단계 이론에서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 어디엔가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의 진위와는 무관하게 인간이 소속감을 원한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특정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것, 학교 동문회가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는 것, 향우회에서 만난 사람에게 갑작스레 친밀감을 느끼는 것,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서로 다투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이 소속감을 원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세상에는 극단적 의견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의견은 좋게 표현하면 중도이지만, 부정적으로 포장하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의견이 확실한 이들이 보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말로 부동층이라는 표현 - 영미권 문화에서는 swing voter 라고 하는 - 에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마음이 쉽게 바뀐다, 마음이 흔들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들리지 않지요. 자기 의견이 명확하지 않은 그룹은 양측에서 공격을 받기 마련이고, 이 그룹은 뚜렷한 중심이 없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소속감을 원하는 이들은 극단적 의견을 취하는 그룹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고,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많지 않고,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껴 어디엔가 소속되어 무엇에라도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사람들은 극단적 의견을 가진 측에 흡수되기 매우 쉬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극단주의는 우리들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 어느 때에도 미래가 명확할 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젼을 원합니다. 누군가가 제시해주는 비젼이 있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을 믿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그 비젼이 무해한 것이라면 상관없겠으나 극단적 의견은 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극단주의는 반대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비난할 순 없습니다. 극단적이지 않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우유부단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양측의 의견을 다 들어보려고 하는 사려 싶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의견 개진을 통해 합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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