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한 이유 |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350만 년 먼저 발생했기 때문

RayShines 2024. 2.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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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는 아마도 인간을 움직이는 동인 중 가장 강력한 감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성애는 모성애만큼 강하지 않은 것일까요?

 

 

모성애는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하게 만드는 강력한 추동력입니다.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미들이 새끼에 대해 보이는 사랑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겠다는 의지는 그 어떤 장애물도 극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끼를 낳은 뒤 자신의 몸을 양분으로 삼게 하는 동물들도 있고,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들의 기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봅니다.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행동인 동시에 숭고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같은 내용도 진화심리학이나 유전학 등의 학문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이 퇴색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만, 모성애 역시 진화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당연히 자기 DNA의 50%를 갖고 있는 새끼가 생존해야만 자신의 유전자가 더 널리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유전학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연계에서는 어미는 무조건 어미입니다. 아비는 누군지 모를 가능성이 높지요.

두 번째 이유는 자연계에서는 어미가 어미가 아닐 가능성이 0이라는 것입니다. 인공수정이나 대리모 같은 의학 기술들은 현대에서나 개발된 것입니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과거 인간이든 동물이든 양성으로 나뉜 생명체가 번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차례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마리의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성관계를 가진다면 아버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하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어머니일 가능성은 100%입니다. 어머니의 난자는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고 체내에 보유되는 것이고 외부에서 들어온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니 어머니의 난자가 다른 암컷의 난자로 바뀔 가능성은 자연계에서는 0입니다. 그러나 성관계 대상이 둘 이상일 경우 정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게다가 발정기가 되면 명확한 신체적 신호가 발생하는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은 따로 번식기를 가지지 않고, 배란기도 명확하게 알 수가 없으므로 태어난 자식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낳은 손자, 손녀가 의심의 여지없는 자신의 유전적 후손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인간의 직립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오고 직립보행을 시작하며 양육에 대한 부모의 기여 비율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끼가 태어나서 독립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기간이 짧다면 자기 자식이야 어찌 되든 임신한 어미를 떠나 또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버린 수컷의 도움이 없이도 새끼를 돌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처한 다른 암컷들, 그리고 암컷의 어미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공동 양육을 하며 수컷의 부재를 완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걷기 시작하며 산도는 너무 작아졌고, 그런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서 인간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나와야 했습니다. 너무 일찍 태어난다는 말은 태어난 이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위한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입니다. 혼자서 생존할 수조차 없는 새끼를 생존 가능한 연령까지 키워내고, 공동체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적 기술을 가르치는 데는 어미, 이모, 할머니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왔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아버지가 양육이라는 그림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고 이를 대략 50만 년 전 정도로 봅니다.

 

 

 

부성애는 시작된 지 50만 년 정도 됐습니다.

즉 부성애는 시작된 지 50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성애는 그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확립됐을 것입니다. 대략 700만 년 전에 인간은 공통 선조로부터 분기되어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고릴라, 침팬지가 우리와 공통 선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립 보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대략 400만 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지므로, 아무리 늦어도 대략 이 시기부터는 모성애라는 것이 인류의 삶에 등장했을 것이라고 대략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발생한 것이 50만 년 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부성애는 모성애에 비해 그 발생이 350만 년 정도 늦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늦게 발생한 것이라고 해서 약하고, 먼저 발생한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하다고 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의 뇌에 더 오래 기간, 더 깊이 새겨진 본능이 모성애라는 것은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이 난 집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안고 뛰어내려 사망한 아버지의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뉴스 앞에서 50만 년, 350만 년이라는 숫자는 무색할 따름입니다. 자신의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아마도 각자의 사정과 역사에 따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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