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RayShines 2024. 3.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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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내가 무엇인가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경우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과학은 내가 무엇인가를 잘 모른다는 전제 하에서 성립합니다.

다 알고 있다면 연구, 탐구, 실험, 재현과 같은 것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다 알고 있다면 나의 생각을 고칠 필요도 없을 것이지요. 그러나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아니면 적어도 내가 좀 알기는 알지만 틀릴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이것은 생각이라는 표현보다는 주장이라는 표현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인간은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뭔가를 주장하게 되는데, 그 주장의 기반이 되는 나의 지식이 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잘하지 않습니다. 그게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강하게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아는 것이 많아지면 뭔가를 주장할 때 조심스러워지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조금, 어느 정도 알고 나면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면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양쪽 중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마다 자신의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의 정도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참으로 피로합니다.

무조건 자신이 옳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확신에 차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는 토론이나 논의라기보다는 피아식별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즐거운 것이며, 아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일대일로 추는 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서로 전달되는 내용이 전부가 아니며 비언어적 표현과 사소한 호흡까지도 경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인터넷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지고자 하는 생각으로 창조됐습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모두 동등한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고, 서로의 생각을 물으면서 많은 사회에 만연해있던 계급 간의 소통 불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한 훌륭한 대안으로 생각이 되었죠. 다양한 포럼이나 게시판에서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인간의 속성은 인터넷이라는 경계 없는 공간 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 심해졌죠. 서로 대면한 상황이라면 하지 못했을 무례한 말들도 디스플레이 앞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해졌고,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방적 추방도 게시판에서는 클릭 한 번이면 가능하니 전체적 의견과 맞지 않는 소수를 그림에서 제거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 되었고, 비폭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이제 많은 이야기는 더 좋은 무엇인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가 내 편이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서로 논의를 하며 더 좋은 대안을 찾고 더 나아가기 위한 대화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나의 뜻을 관철시키고 강제하기 위한 과정이 되었으며 당연히 그 와중에 다수가 소수를 압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납니다. 협상 의사가 전혀 없어 양보하지 않는 소수와 양보할 의사가 있는 다수가 부딪히면 소수가 다수를 압도하는 일도 일어나죠. 두 경우 모두 생각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는 쪽이 승리하는 싸움이죠.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전제 위에 의견을 쌓아 올리면 사실 난공불락입니다.

 

미련하고 우직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가치는 있기 마련이지요. 다만 누군가에게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냐에 따라서 세상을 보는 우리의 입장은 크게 달라집니다. 내가 옳다, 상대가 그르다를 떠나서 사실을 잘 따져 보고 논의를 할 수만 있어도 세상은 조금 덜 소모적인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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