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압도되었을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나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은 자연발생적입니다.
감정은 우리가 제발 생겨나지 말라고 부탁해도 생겨나고, 좋은 감정만 생겨나라고 해도 나쁜 감정 역시 자연적으로 생겨납니다. 다시 말해서 감정의 발생은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이며, 우리는 감정이 어떻게 발생해서 우리가 그것을 감지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단지 어떤 일이 있을 때 우리의 뇌에서, 혹자는 우리의 마음에서, 알고리듬이 작동해서, 혹은 영혼에 어떤 일이 발생해서 우리는 그 최종 결과물을 느끼게 되고 그 다양한 결과물들에 감정이라는 이름을 붙여 두었습니다. 우리의 감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신체나 영혼은 결과물을 무조건 산출해 내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전을 알 수 없지만 입력에 대한 결과는 뱉어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감정에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감정이 있기 때문에 삶이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지며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소한 경험도 특별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 감정은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화려한 색깔 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화양연화라는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장만옥에게 영화 속 이야기와 같은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하자 “이성도 좋지만 감정을 한 번 따라가 보고 싶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이성적으로는 어떤 결과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에 도취되는 경험을 피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성이 더 우월한 것이고, 이성을 따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 역시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가 양립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감정은 일종의 렌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이 한 말로 “인생은 구슬 목걸이처럼 꿰인 각양각색의 기분의 연속이며, 하나하나 겪어보면 그 기분들이 각자의 색깔로 세상을 물들이는 컬러 렌즈라는 걸 알 수 있다”에서 따온 말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을 읽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우리의 기분에 따라서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이고, 세상을 바라볼 때 쓰는 안경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아주 크게 왜곡하기도 합니다.
감정은 빠르게 발생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분별하게도 발생합니다.
무서울 일이 아닌데 무서움이 느껴지고, 불안할 일이 아닌데 이유 없이 불안하고, 지나고 보면 화를 낼 일이 아니었는데 크게 화를 내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감정은 매우 발이 빠릅니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보다 먼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일단 감정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을 보면 “일단 화를 내면 스스로를 더 화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기도 하지요. 화가 날 때는 화를 없애는 쪽으로 행동이나 생각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화나게 한 생각을 곱씹고,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한테로 일부러 더 나가갑니다. 그래서 자신을 더 화나게 만들고 그 화를 더 폭발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뒤 그것이 해소됐다고 믿지만 실제로 화를 내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화를 내고 나서 남는 것은 후회와 수치뿐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감정에 휩싸여서, 그 감정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은 우리 눈에 색안경을 씌웁니다. 낙관적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희망적으로 보게 만들고, 낙담할 상황이 아닌데 비관에 빠지게 만들게도 합니다. 감정이 범람하여 그것에 압도될 때야 말로 우리가 감정에서 한 발짝 비켜설 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정은 무조건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어떤 감정이 영속적으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감정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감정은 지나가는 것이니,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린 뒤 차분히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깨닫게 됩니다. 오는 감정을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는 감정을 억지로 부여잡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미래는 다가옵니다.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감정을 만끽해야 할 때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감정으로부터 비켜설 때를 잘 아는 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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