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다만 몇 분이라도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은 너무 바쁩니다. 성인이 되면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부모 역할, 자식 역할, 보호자 역할,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등한시하는 것이 나를 돌볼 책임을 나 자신에게 있으며, 그 역할은 내가 가장 잘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끼니를 적당히 챙기는 것, 적당한 시간에 자는 것, 미루지 않고 화장실에 가는 것,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하는 것, 나에게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것 등은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은 뒤로 미루게 될 때가 많습니다. 가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어도 나중에 시간이 나겠지, 다시 또 열리겠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몸이 아프면 요새 무리해서 그럴 거야,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을 하는 것,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자녀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것이 언제나 현재의 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미디어에 나와서 주 100시간 넘게 일하는 것을 피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우리의 나태함에 대한 경고를 하고, 우리가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데에 일침을 가합니다. 그 사람들의 말도 맞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인생사이고, 사실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얻고 나면 이것이 과연 내가 그렇게도 원해왔던 것이었나 하는 허망함이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나를 돌보기 위해 아주 사소한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나를 돌보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의 원치 않는 수다 대신 혼자 15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이 나의 네트워크를 얼마나 크게 훼손할까요. 미국 주식 시장을 하루 정도 안 보고 조금 일찍 자면 내가 아주 큰돈을 잃게 되는 것일까요. 부동산 관련 뉴스를 하나하나 꼼꼼히 놓치지 않고 보지 않고 조금 쉬면 저점을 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이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절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적인 자기 강요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누구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은 다릅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친구와의 사소한 수다가 필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책무와 역할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하루에 다만 15분이라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결국 삶은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나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역할들 속에 함몰되어 나 자신을 잃는다면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나 자신으로서 사는 시간 역시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뒤늦게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젊어서 하지 못했던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원했던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한 번은 추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삶에 크게 절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삶의 의미의 한가운데는 결국 내가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은 각자가 다릅니다. 어디서 의미를 찾든 결국은 그 의미에는 나 자신으로서 사는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를 하면서 누군가를 돕는 일이든, 아니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일이든 그 목적이 어디에 있다고 하더라도 종착역은 나 자신이 나다움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버트런드 러셀과 찰스 다윈이 긴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던 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으로서 있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역할로서의 나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올곧게 서서 세상을 걸으며 세상을 바라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소하게나마 나를 돌보는 방법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사치는 누구에게나 허락됩니다. 그리고 또 올해가 많이 지나갔으니까요.
'평소에 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이 뭔가를 창조하는 이유 | 예술성 창조성의 진화적 설명 | 창작의 즐거움 | 과시 가설 | 제프리 밀러 (456) | 2024.03.16 |
---|---|
왜 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갈까요? |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빠른 이유 (451) | 2024.03.12 |
감정에 압도됐을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 감정의 속도 | 감정의 무분별한 발생 | 자연발생적인 감정 (424) | 2024.03.07 |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402) | 2024.03.05 |
힘들 때일수록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소소한 일상의 중요성 (472) | 2024.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