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왜 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갈까요? |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빠른 이유

RayShines 2024. 3.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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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른이 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합니다. 예전에 대학교에 다닐 때 화장실에 쓰여 있는 낙서에서 그 이유를 본 적이 있습니다. 5세 때 1년은 인생 전체의 20%, 20세 때 1년은 인생 전체의 5%, 50세 때 1년은 인생 전체의 2%, 100세 때 1년은 인생 전체의 1%이니 빨리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낙서를 보고 정말 맞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나이가 조금 들면 새로운 것은 적어지고, 추억을 만들 계기도 적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나이가 들어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습니다. 지금보다 나이가 적었을 때는 많은 것들이 참 새로웠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먹어본 음식, 처음 듣는 음악, 처음 보는 영화, 처음 읽는 책, 세상에는 새로운 것들이 참으로 많았죠. 새로운 것을 만날 때마다 그 순간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기도 하고, 매우 깊은 감정을 남기며 기억의 수로를 깊이 파내어 아주 오래 간직되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각자의 인생에서 그런 강렬한 순간이 많을수록 뇌는 그 시기를 중요하고 유의미한 시기로 분류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큰 감정적 공간을 점유할 것이고, 그 추억을 상기시키는 단서에 맞닥뜨릴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몽땅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추억에 잠기게 만들겠죠. 인생을 1년짜리 마디로 나누고, 좋은 추억, 소중한 추억, 아픈 추억, 상처받았던 추억들을 각각 하나의 점으로 찍는다고 해본다면 아마 10~20대 때 가장 많은 점이 찍힐 것이 분명합니다. 그때는 인생에서 있어서 매우 추억 집약적인 동시에 가중치가 높은 시기이죠. 황금기이자 전성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뇌라는 저장매체에서 많은 용량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매일매일 비슷하고 똑같은 삶을 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나이가 들어서 30대를 넘어서면 우리의 삶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전 그랬던 것 같네요. 몇몇 특별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거나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매일 비슷한 하루하루를 삽니다. 작년 8월 11일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만약 평일이었다면 “아마 일했을걸?”, 주말이라면 “아마 OOO 했을걸?” 정도의 추측을 하게 됩니다. 우리 대부분의 삶은 그다지 특별한 날들의 연속은 아닙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큰 차이가 없이 흘러가는 좋게 표현하면 안정적인 삶을 삽니다. 이런 시기의 마디에는 찍힐 점이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뇌에서 큰 용량을 차지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한 해는 단 하나의 점이 찍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시간을 세는 단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린 시절에는 방과 후에 집에 가서 볼 만화영화, 주말에 하는 외국 드라마, 다음 주에 친구들을 만나서 할 놀이들을 생각하며 항상 설레고 즐겁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지루함을 모른다는 말을 하지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 설레고 즐거운 일이 별로 없어지지요.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음 주에는 또 출근을 하고, 아 새로운 드라마가 나오나, 한 번 볼까 하면서 시작을 하면 시즌 하나가 통째로 드랍되니 기다리고 말 것도 할 것도 없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간다기보다는 덧없이 갑니다.

어린 시절에 중요했던 일들은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슬램덩크 단행본 같은 대상을 어른이 되어서도 갖고 있기가 참 어렵죠. 대신 어른이 되면 그런 날짜들이 중요해집니다. 전세만기일, 대출상환일 같은 날짜들 말입니다. 그리고 계획도 예전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아이 교육에 10년, 내 집 마련에 15년. 시간을 헤아리는 방식이 달라지며 소소한 순간들, 예전 같으면 나의 삶의 마디에 점을 하나 찍게 됐을 그런 순간도 전세금 고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하며 즐겁게 보낼까 하는 고민은 다음 대출상환일 이후로 미루게 됩니다. 그렇게 내 삶의 점들은 사라지고, 작년과 올해, 그리고 내년과 내후년, 그대로 카피 앤 페이스트 해도 별 차이가 없는 그런 삶을 살게 됩니다. 구태여 손가락을 꼽으며 헤아려야 할 그런 시간과 세월은 더 이상 없습니다. 슬프게도 그렇습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야 할 시간 자체가 없으므로 덧없이 갑니다.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서 한탄하고자 쓰는 글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도 분명 있으니까요. 다만 그런 생각은 듭니다. 덧없이 가는 시간 앞에서 무력함을 느낄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지혜롭고 현명해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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