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인간이 뭔가를 창조하는 이유 | 예술성 창조성의 진화적 설명 | 창작의 즐거움 | 과시 가설 | 제프리 밀러

RayShines 2024. 3. 16. 00:00
반응형

인간은 다양한 창조 활동을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듭니다. 이런 예술 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아름다운 시를 쓰고, 선율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는 활동들은 생존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예전에 책만 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르신들이 백날 책 보고 있으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하며 나무랐던 것이 바로 그런 취지에서 나온 말이겠죠. 예술 활동, 창조 활동은 사실 생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 그것을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그렇게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누가 시켜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합니다.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이 자체가 즐거워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뭔가를 그리고, 뭔가를 만들었다가 부수고, 뭔가를 새롭게 배열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애씁니다. 그 자체가 아주 즐거운 일처럼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단순한 즐거움 외에도 그런 활동을 하도록 우리를 추동질하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것에 대해서 제프리 밀러라는 학자가 깊이 있는 연구를 했습니다.

밀러는 예술성이나 창조성이 개인의 생존 확률을 높이지는 못할지라도 번식 확률을 높여준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창 번식 욕구가 높은 젊은 남성들의 예술성이 다른 인구에 비해서 높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음악가 719명이 낸 재즈 앨범 1892장에 대해서 연구를 했는데 실제로 30대 남성이 발매한 앨범이 제일 많았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시기의 남성들은 다른 남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과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육체적 매력일 수도 있고, 지적인 매력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문화적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과시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남성이 더 많은 창조를 하고, 더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훌륭한 예술가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 세상에 존재해 왔으며, 위에서 말한 재즈 앨범의 숫자의 경우 그 씬에 진입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나 문화적 배경도 크게 작용을 했을 것이니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감안을 하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그래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남기고자 합니다.

백남준이 한 말 중에 ”2032년에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나는 백 살이 될 것이다. 3032년에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나는 천 살이 될 것이다. 11932년에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나는 십만 살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아마 자신이 창조한 작품이 오랜 기간 보존된다면 그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는 인간 생명의 유한성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사그라질 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내가 세상에 무엇을 남길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그대로 살아내진 못합니다. 하고 싶은 일 대신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원하는 일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우리는 다른 것들에서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나의 삶에 의미가 없다는 공허함이니까요.

 

저도 아마 그런 마음 때문에 꾸역꾸역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외에 어떤 일을 하고자 할까, 내가 해야 할 의무 외에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만으로 2년째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 중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