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힘들 때일수록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소소한 일상의 중요성

RayShines 2024. 3.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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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살아나가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들에는 당연히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여 있습니다. 좋은 일이 일어날 때는 삶이 다 잘 풀릴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하는 기도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안정감이 들 때 인간은 행복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요, 물론 권태를 느끼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우리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행복하긴 하지만 이게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그런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도 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복하다는 감정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말입니다.

 

 

 

희한하게도 우리는 나쁜 일이 생겼을 때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와는 정반대의 사고 회로를 작동시킵니다.

지금 이 고통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이 고통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지만 동시에 이것이 영원히 지속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사는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어떤 일이든 지나가게 마련이고 끝나게 마련이고 새로운 일이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고통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고 우리의 시야를 현재에 머무르게 만듭니다. 좁아진 시야는 우리를 더욱더 현재의 문제에만 집착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고통을 배가시키고요. 그렇게 악순환이 일어나면 하루는 처참하게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 한 드라마를 보는데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밥 먹자, 그럼 또 한 30분 가잖냐.”

 

정도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릴 때는 이 말이 대체 상대방을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지, 놀리려고 하는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힘들어 죽겠다는데 밥을 먹자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죠. 그런데 나이가 좀 들고 나서 보니 저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제가 보기에 저 말은 아무리 힘들어도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평소대로 먹고 자고 일어나고 씻고 일터에 나가고 운동을 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어릴 때는 몰랐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신을 신고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수십 년 동안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것을 해내고 있는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몰랐었죠. 지금 그것을 해내야만 하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아직 어둑할 때 현관을 나서는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나만의 생물학적 싸이클, 규칙을 깨뜨려선 안 됩니다.

힘들 때일수록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늘 해오던 운동을 하지 않는 것, 식사를 대충 하는 것, 자는 시간을 너무 크게 바꾸는 것 등은 결국 내가 지금까지 소중하게 지켜오던 나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지켜나가며 내 안에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스며들어있던 나의 생물학적 규칙과 싸이클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힘들 때일수록 예측 가능했던 나의 삶 속의 일상적 활동들을 지켜나가야, 질서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응하게 위해 쓰는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모를 막을 수 있습니다.

 

힘들 때도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그리고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된 사람은 그것을 지켜나가는 자기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느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남들이 내 일상을 보고 그 정도도 못 하느냐고 비웃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삶을 각자의 속도로 살아 나갑니다. 다른 사람의 페이스와 템포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고, 잰 발로 앞서 나가는 옆 사람과 나의 걸음을 비교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속도와 나름의 때가 있습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내가 나의 발걸음을 따르게 하는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이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디뎌 나가다 보면 어느새 어둠은 지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또 화창한 날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가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나쁜 일에 너무 크게 낙담하지 않고, 혹시 연거주 찾아올지도 모르는 너무 좋은 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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