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다른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 타인의 이해

RayShines 2024. 3.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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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를 바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해 본 적이 있었나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관계는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해결해야 할 부정적 감정들이 너무 많을 때 억지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은 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전자가 훨씬 더 진심에 가까운 노력이고 후자는 그저 피상적인 합리화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관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사람도 아니라면 머리를 싸매고 이해를 해야만 할 동력이 생길까요? 사실 아닐 것 같습니다.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은 나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걸까요. 인간이 누구나 아주 이기적인 존재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이해를 구하고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어쨌든 이와 같은 단순한 논리, 즉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데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할리 만무하다는, 에 따라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 자체가 과도한 기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나의 자리에 서서,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해가 나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동심원을 이룹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은 아닐지언정,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는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사정, 각자의 서사, 각자의 직업, 각자의 가족 관계, 각자의 정치적 성향, 각자의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세상을 보는 방식이 천차만별입니다. 나의 입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고 나를 이해하는 것은 가능은 하겠으나 매우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며, 나 역시도 누군가의 입장에 대해서 숙고한 뒤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수지타산이 맞는 일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별 노력 없이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은 하늘이 도운 것이고, 행운이며,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세상은 부당하며, 나는 외톨이에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원래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공짜로 일어나는 프로세스가 아님을 인정하고, 누군가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내가 느낀다면 나도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쏟아붓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어야 관계가 유지됩니다.

 

내가 무조건 목소리를 크게 낸다고 해서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진 않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그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깊은 이해를 구하는 게임에서 승리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노와 격앙은 이해 대신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 강하게 불러옵니다. 그냥 피하고 말자, 어차피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하며 그저 피하게 될 뿐, 내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사람의 눈을 차분히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친구나 가족들과의 대화, 특히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말들은 누군가를 겨냥해서 하는 말이 아닐 때도 있고, 또 모든 구성원을 배려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인데,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그것이 공격적인 말이 되기도 하고, 서운한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 사람이 내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저런 말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사실 우리 자신도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서 메시지를 쓰지 않습니다. 그냥 말을 할 뿐입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기대도 갖지 않는 것은 사실 슬픈 일입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그것을 얻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니까요. 하지만 기대 자체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말이 더욱더 현실적인 진리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고, 내가 누군가를 100% 이해할 수 있다는 과욕조차 부리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고독한 것이고, 고행에 가까울 때도 있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나만의 고행을 타인에게 이해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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