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우리는 멘탈리스트일까요? | 독심술사 | Mentalist

RayShines 2024. 4.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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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범죄자들의 거짓말도 읽어내어 수사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멘탈리스트, 그러니까 독심술사일까요?

대규모 군집 생활을 하는 인간들이 사회 속에서 분쟁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어느 정도 읽는 능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눈치 없이 구는 사람들은 사회 생활이라는 환경 속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얻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무리 사냥을 한다고 했을 때 나의 뒤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포식자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동료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만 합니다.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웃의 도움을 빌리지 못하면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식량이 부족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봐야 할 때 어린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군집 생활을 하는 유인원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다른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고, 감정 상태를 어느 정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면서 말과 행동을 하는 능력은 필수적인 능력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이 작동하려면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서, 상당히 높은 확률로 상대방의 마음을 맞춘다고 믿어야만 합니다. 만약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근거로 내 행동을 설정할 수가 없습니다. 내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 생각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독심술 능력을 과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아주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소한 일상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요. 사소한 오해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 -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분쟁을 발생시키는 것 - 이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얻는 편익 - 그저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 보다 더 크다고 판단할 때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사소한 오해들을 모두 해결하려고 하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문제는 갈등이 심각할 때 발생합니다.

두 사람, 혹은 두 집단 사이의 이해 관계가 첨예할 때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저 쪽은 ㅇㅇㅇ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ㅇㅇㅇ 대응해야 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상대방이 악의적 생각을 갖고, 악의적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래서 그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게 되고, 상대방 역시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갈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행동의 수위는 올라가며, 상대방과 상대진영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더 강해집니다. 이런 싸이클이 몇 번 반복되면 서로는 서로를 악마, 짐승, 타락하고 불결하며 부도덕하여 상종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며,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혐오스러워 하게 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과정 중에 우리는 ”과연 내가 하는 저쪽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 옳을까?“라는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대신 ”틀림없이 ㅇㅇㅇ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볼 것도 없어“라고 확신을 하며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축적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더 세게 나가야 돼“라는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상대방도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상대방이 하는 생각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절대 틀릴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갈등들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째서 나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는 것일까요. 내가 나에 대해서 하는 생각조차 틀릴 때가 많은데, 왜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게다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 게다가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하는 생각에 대해서 하는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는 것일까요. “내가 저런 사람들 많이 봐서 아는데“로 시작해서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가상의 전형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주루룩 쏟아내는 것이 과연 독심술일까요. 내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탁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능력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갈등과 반목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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