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먼 바다로 나가는 것 | 노인과 바다 | 산티아고 | 헤밍웨이

RayShines 2024. 4.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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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벗어나 먼바다로 나가는 것. 우리도 언젠가 한 번은 먼바다로 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소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는 경험과 기술을 가진 유능한 어부입니다.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해 주변의 비웃음을 삽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가 고기잡이를 가르친 소년 마놀린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런 마놀린에게 산티아고는 자신은 먼바다로 나가겠다고 합니다. 지금 마놀린이 함께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 아마 선주는 멀리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먼바다까지 나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운이 좋았는지 먼바다까지 나가지 않아도 빈 손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그렇지 않았고, 체념하고 낙담하는 대신에 먼바다로 나가겠다고 생각합니다.

 

산티아고는 자신의 손주뻘로 보이는 마놀린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고, 바다 앞에서도 오만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본문의 표현으로는 그는 “너무나 단순한 사람이라서 자신이 언제 겸손해졌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겸손해진다고 해서 수치스럽거나, 진정한 자부심을 잃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He was so simple to wonder when he had attained humility. But he knew he had attained it and he knew it was not disgraceful and it carried no loss of true pride.)”으로 표현됩니다. 바다와 자연 앞에 겸손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강인한 노인입니다. 원문에는 "His hope and his confidence had never gone."라고 표현됩니다.

 

소박하고 겸손하지만, 84일 동안이나 고기를 낚지 못한 최악의 불운 - 원문에서는 salao라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 에 빠졌음에도 단념하지 않는 그는 자신의 자긍심을 지키고자 먼 바다로 나갑니다. 그리고 먼바다에서 고난 끝에 5미터 40cm(원문에서는 18 feet)나 되는 청새치를 잡습니다. 청새치를 배에 묶고 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청새치의 피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들과 사투를 벌이고 결국 또 다른 그 자신인 청새치의 육신은 상어에게 모두 빼앗깁니다. 상어와의 사투 중에 그는 혼자 중얼거립니다.

 

“인간은 패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아.”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산티아고는 젊었을 때에는 가장 힘이 센 흑인과 아침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팔씨름을 해서 이기기도 했을 정도로 강인한 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눈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늙었다”고 표현됩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바다와 같은 색이었고, 활기에 차 있었으며 패배를 몰랐다(same color as the sea and were cheerful and undefeted)”고 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그는 패배할 수 없었고, 그의 눈은 패배를 보지 않았으며, 그를 굴복시킨 것처럼 보이는 바다 역시 패배하지 않습니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는 패배와 굴종의 관계가 아닙니다. 다른 젊은 어부들은 바다를 남성형인 el mar이며 경쟁상대, 때로는 적으로 생각하지만, 산티아고는 바다를 호의를 보여주기도, 혹은 호의를 보이기를 미루기도 하는 여성형 la mar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바다가 어떤 사악한 짓을 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바다 앞에서 겸손하며, 그것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다고 해서 패배하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며 그로 인해 자부심을 잃지도 않습니다.

 

모든 살은 상어에게 뜯어 먹히고 뼈만 남겨진 채로 육지로 올라온 청새치처럼 산티아고 역시 바다처럼 반짝이는 눈빛 말고는 남아 있는 것이 없는 앙상한 노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먼바다로 나가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바다가 그에게 건넨 운명에 슬퍼하지 않습니다. 바다와 고기잡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이 그가 낚은 청새치의 뼈를 보며 감탄하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은 채 상어(tiburon, shark)의 것이라고 오해한다고 해도, 그가 자신의 운명, 그리고 바다와 벌인 사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그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먼바다로 나갈 수 있는 용기는 오만이 아니라 겸양에서 나오고,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이겨낼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이겨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꺾이지 않는 것, 그것이 패배하지 않는 것일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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