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 |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 히컵 Hiccup | 투슬리스 Toothless

RayShines 2024. 4.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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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인간을 성장하게 합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주인공 중 하나인 드래곤 투슬리스 Toothless 는 어떤 사고를 당하며 꼬리 날개 중 한쪽을 잃게 됩니다. 투슬리스는 드래곤 길들이기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드래곤 범주인 알파 alpha 에 속하고, 그중에서도 스트라이크 클래스 중 한 마리로 비행 속도가 모든 드래곤들 중에서 가장 빠릅니다. 인간으로 치자면 월드 클래스의 스포츠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재능과 육체를 겸비한 마이클 조던이나 펠프스, 오타니 같은 선수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투슬리스가 꼬리 날개를 잃으며 제대로 날 수 없게 됩니다. 공중에서 방향 전환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비상을 할 수도 없어 움푹하게 패인 분지에서 탈출하지도 못합니다. 알파 중 한 마리, 그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종류인 나이트 퓨리인 투슬리스가 꼬리를 잃기 전에는 아마도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꼬리를 다친 이후 투슬리스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또 다른 주인공인 히컵과의 우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손재주가 좋고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육체적으로는 뛰어나지 못한 히컵은 투슬리스에게 인공 꼬리 날개를 만들어 줍니다. 사람으로 치면 의족이나 의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투슬리스가 제대로 날려면 히컵을 등에 태우고 히컵이 조종하는 꼬리 날개의 움직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알파, 즉 최상위 포식자였던 투슬리스는 이제 히컵의 도움이 없이는 마음대로 날 수 없다는 인정 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투슬리스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제 완전히 바뀌게 됐을 것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1편의 마지막에 보면 히컵 역시 다리를 다치며 의족을 달게 됩니다. 의족을 달고 걷는 첫걸음에 히컵은 휘청하며 넘어지려고 하죠.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투슬리스와 의익과 자신의 의족을 연결하는 링크에 발을 걸며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오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기본적으로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 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히컵은 호전적인 바이킹 사회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 지적이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입니다. 투슬리스는 알파인 데다가 매우 희귀한 종류로 존재 자체가 마이너리티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한쪽 꼬리 날개를 잃기까지 한 극소수에 속하게 된 존재입니다. 그런 투슬리스가 신체적 외상에서 비롯된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는 과정은 히컵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변화가 발생하면 기존의 모델로는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때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비관하며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들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트라우마, 즉 외상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극단적 형태의 사건은 당사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세상을 무너뜨립니다. 더 이상 낡은 모델로는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고,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불안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데 이 역시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투슬리스가 처음에는 인공 날개를 미덥지 못한 눈으로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결국 히컵에 대한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되듯이 말입니다.

 

 

 

누구나 상처를 받습니다.

누구나 상처를 받습니다. 사소한 생채기일 수도 있고, 너무나도 큰 사건이어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고민해 보고 세상을 원망해보기도 하고 나 자신을 탓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어둠에서 나를 건져 올릴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누군가의 시선을 믿는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등에 태운 채 힘차게 똑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한 마리 용처럼 그렇게 새로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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