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고 뭘 원하는지 말이죠. 그럴 때 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 나서는 여정일지 모릅니다.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떤 경제관을 갖고 있는지 등등 우리는 평생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해서 온갖 시도와 실험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머리 모양을 해보기도 하고, 한 번 입고 다시는 입지 않는 옷을 사기도 하며, 세월이 지난 후에 크게 후회할만한 이념을 좇기도 해 봅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나며 내가 이 사람의 정치적 관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구나를 깨닫고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렇게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편안한 것과 불편한 것을 탐색해 나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씩 알아나갑니다.
이런 것들 외에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나의 인생에서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말과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중요한 위치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관계가 썩 좋지 않은 직장 상사라던가 하는 사람들이지요. 난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그 사람의 결정이 내 인생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10명 정도 적은 뒤 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만, 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의 내면을 풍족하게 하는지, 아니면 소진시키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과의 접촉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얼마나 뜸하게 있는지를 그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그 관계의 질을 평가해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한다거나, 만날 때마다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이 나는데 자주 봐야 하는 사람이 있거나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관계와 후자의 관계는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고 두 쪽 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관계를 조금 정리해 본 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날 풍요롭게 하는 이들로부터 내가 제공받는 것은 무엇이고, 나를 소진시키는 사람들에게 내가 제공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런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사소한 것들로도 화가 쉽게 나고, 쉽게 불안해져서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그런데 나와 아주 가까운 친구 한 명은 아주 무던하고 내가 보기에 큰일이 생긴 것 같을 때에도 동요가 없습니다. 그 친구에게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면 가끔은 공감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내가 너무 침소봉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불안했던 마음이 누그러질 때가 많습니다. 그게 내가 그 친구에게 얻고 있는 것이겠지요. 반대로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늘 누군가의 험담을 나에게 합니다. 난 그것이 듣기 싫은데도 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마치 공범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별로이기도 하고, 자신의 장단을 맞춰달라는 듯한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난 싫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고 업무 상 서로 협조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아야만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것을 편안해하는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사람들만 내 옆에 둘 수는 없으며, 내가 원치 않는 것을 나에게서 빼앗아가는 사람들을 무조건 내 인생에서 배제해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면 그만큼 난 나의 관계들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으며, 원치는 않지만 사회적 필요에 의해 유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관계는 방치하면 소원해집니다. 좋은 관계는 더 좋게, 좋지 않은 관계는 조금 덜 나쁘게 잘 가꿔나가는 것이 자신을 위한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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